『미쉬나』는 유대인들이 ‘토라’라고 부르는 오경(五經)의 계명을 명확히 밝히고 보완하고 주제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것을 ‘구전토라’라고도 부르는데, 유대인들이 『성경』의 법을 대대에 걸쳐 유대법으로 정리하고 모은 일종의 법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원후 3세기 초에 랍비 예후다 한나씨가 편집하여 집대성했다. 미쉬나는 ‘(배운 것을) 반복하다’라는 히브리어 동사 ‘샤나’의 명사형으로 ‘공부’를 뜻한다. 그 명칭에 걸맞게 『미쉬나』는 여러 세대에 속한 랍비들이 가르치고 배우고 토론하면서 서서히 확립해온 지적 행위의 결과물이며, 집대성된 이후 200-400년이 지난 뒤에 『탈무드』를 펴내는 기초가 되었다. 따라서 『미쉬나』는 『탈무드』의 뿌리이자 핵심이다.
한길사가 이번에 펴내는 『미쉬나』는 상위 주제인 ‘쎄데르’(סדר, Seder)별로 편집된 ‘번역・주해서’ 전 6권과 알기 쉬운 소개서인 『미쉬나 길라잡이』 한 권으로 구성되었다. 미쉬나 프로젝트는 건국대학교 중동연구소 소장이었던 최창모 교수를 중심으로 후학 연구자들의 열정과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최창모 교수는 출판을 준비하던 중 2022년 갑작스런 병환으로 타계했으나, 그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유대학 분야에 오랫동안 헌신해온 공로는 이번 『미쉬나』 번역・주해서 출간으로 빛을 발한다.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 유학파로 성서학, 고대근동학, 유대학 등 관련 분야를 전공한 실력 있는 학자들이다. 학문적 수준에서 충실하고 방대한 주해를 붙인 이번 한길사 『미쉬나』 발간은 사실상 우리나라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서도 처음 시도한 일이다. 기획과 준비, 번역과 주해, 출판에 이르기까지 7년 동안의 작업은 그야말로 1,800여 년 전 랍비 문헌과의 사투 끝에 이룬 결실이며 학문적으로도 한 획을 긋는 성과다.
전 6권의 『미쉬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농업 생산물을 거두고 헌물로 바치는 일을 다룬 ‘제라임’(농경), 안식일과 매년 돌아오는 명절들을 설명한 ‘모에드’(절기), 가족 관련법들을 망라한 ‘나쉼’(여성들), 민법과 형법 관련 조항을 담은 ‘네지킨’(손해), 제사와 성전 관련법을 다루는 ‘코다쉼’(거룩한 것들), 정결과 부정이 발생하고 전이되는 과정을 설명한 ‘토호롯’(정결한 것들)이다.
이 가운데 제1권의 히브리어 제목 ‘제라임’(זרעים, Zeraim)은 ‘씨앗들’이라는 뜻이다. 씨는 곡물이나 채소 등을 심을 때에 사용하는 식물의 종자를 가리키므로 우리는 이 첫 번째 책이 농사를 짓는 행위와 관련 있음을 그 명칭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먹는 문제가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첫 번째 책으로 『제라임』이 자리 잡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수록된 하위 주제인 ‘마쎄켓’(מסכת, Masekhet)들은 「브라홋」(기도), 「페아」(모퉁이), 「드마이」(의심 소산물), 「킬아임」(혼합 금지), 「슈비잇」(제7년 안식년), 「트루못」(봉헌물), 「마아쎄롯」(첫재 십일조), 「마아쎄르 쉐니」(둘째 십일조), 「할라」(가루반죽 제물), 「오를라」(식용금지 열매), 「빅쿠림」(첫 열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