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먼 스페인의 작은 도시, 이곳의 이름이 우리에게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까지 성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아주 오래된 순례길이 요즘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이제 종교적 의미를 담은 순례의 길로서가 아니라, 파울로 코엘료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걸은 길로 더 유명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이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친근한 길이 되었고, 이 길을 걸은 경험을 담은 책들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질세라, 두 남자가 산티아고를 향해 떠났다. 이제 곧 60을 바라보는 ‘인생 좀 살아본’ 유쾌상쾌통쾌 아저씨와 3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년같이 방황하는 우울진지과묵 청년이 함께 그 길을 걸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나이도, 배경도, 떠나온 이유도 제각기 다른 여섯 명의 일행이 동행했다. 그리고 이들은 그날그날 있었던 일들을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일기』는 이들이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35일간 1천 킬로미터를 걸으며 그림일기와 사진일기로 남긴 매일의 기록이다.
그림과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도구만큼이나, 이들이 길을 걸으면서 보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그림일기가 산티아고 전체의 윤곽을 보여준다면 사진일기는 지루하지만 숨막힐 듯한 산티아고 순례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같은 길을 걷는 두 남자가 각각 자기의 프리즘을 통해 투과해내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풍경은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어우러지며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런 감각은 혼자 떠났을 때는 느낄 수 없어 더욱 특별하다.
큰 뜻을 품고 떠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걸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길은 이들에게 무언가를 들려 보냈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길에서 이들은 이제까지의 인생을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한다. 걸음걸음마다 묻어나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길을 걸으면서 차츰 그 형태를 명확히 하고, 마침내 길 위에서 해답을 찾아낸다. 이 고민과 성찰의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