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였던 카를 카우츠키는 1917년에 일어난 러시아에서 혁명을 실패라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후 레닌과의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 책은 논쟁의 시발점이 된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레닌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에 해당하는 ｢테러리즘과 공산주의 : 혁명의 자연사에 관한 고찰｣을 번역한 것이다.
20세기 내내 ‘변절자’로 낙인 찍혔던 카우츠키는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실 사회주의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몰락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다수 민중의 의사에 의해서, 말하자면 민주적으로 폐기된 것이었다. 그것은 단적으로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와 화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는 결국 소멸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증거였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 카우츠키는 한 세기 전에 이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소비에트 정권의 몰락을 예고하고 그것이 사회주의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배신하게 되리라는 것도 함께 예고했다. 특히 이런 배신이 사회주의에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인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예언했고 한 세기가 지나서 그 예언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다.
과거 카우츠키가 했던 모든 얘기들에 대하여 완전한 복권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다음과 같은 점들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카우츠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객관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카우츠키는 당시의 소비에트 정권을 사회주의나 마르크스주의로 간주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에게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의 몰락과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 그가 이러한 관점을 갖게 되었던 것은 볼셰비즘이 민주주의를 포기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와 또 다른 주요한 원칙인 민주주의의 관련성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