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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한 1963년부터 그가 암살당한 1979년까지를 주 무대로, 부산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자로 전락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 『통도사 가는 길』 등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그려내왔던 조성기 작가는 신작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아버지의 초상화를 통해 작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한국전쟁 이후 격동하는 역사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가족사 그리고 뜻있는 사회운동가를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시킨 이른바 ‘혁명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진술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역사가 토해놓은 구토물’을 뒤집어쓴 아버지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체현한다.
아버지의 광시곡
목적을 위해서는 단호한 수단을 강구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은 흔히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뜻으로 이해되어왔다. 마키아벨리즘을 주창한 마키아벨리라면 ‘음흉하고 비열하다’ ‘가차없이 가혹하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마키아벨리가 어째서 ‘나의 친구’일까.
『군주론』과 『정략론』, 『로마사 논고』가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정치철학을 보여준다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의 역사적·희극적·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삶을 드러낸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책’ ‘근대의 기원을 연 위대한 사상’을 써낸 작가치고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속물적인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키아벨리가 주변인과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를 통해 우리 눈앞에 마키아벨리를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위대한 사상가라기보다 그저 고향을 사랑하는 피렌체인이었던 마키아벨리와 함께 르네상스 종언의 시대를 지켜보자.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당신께 “당신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필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를 꺼내게 되지 않겠는가. 그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여기 그 질문에 대한 박완서, 신경숙, 성석제, 공선옥, 최일남, 정은미, 고경일, 김진애, 주철환, 홍승우, 김갑수, 장용규, 박찬일의 대답이 실려 있다. 그림으로, 글로 인생의 한 장면을 그려냈다. 수수팥떡, 강된장과 호박잎쌈, 전주비빔밥, 팥죽, 묵밥, 초콜릿, 나베, 매운탕, 바나나, 이북만두 등 추억에 얽힌 음식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이 출간된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밥에 담긴 추억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의 아련한 맛은 더 간절해진다. 2024년에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개정판을 새롭게 펴내는 까닭이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란 우중충한 회색빛 건물에 책들로 빽빽한 서가나 학생들의 공부 공간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세계의 유서깊은 도서관들은 그 자체로 멋진 건축물이자, 지식이 교류하는 도서관 본연의 의미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 책은 한평생 도서관학과 문헌정보학을 연구해온 지은이가 미국과 유럽 곳곳을 방문하며 만난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소개, 도서관 특유의 매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새단장을 마치고 개정3판으로 돌아온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은 뉴욕 공공도서관, 미국 의회도서관, 프랑스와 독일의 국립도서관 등 6개국의 도서관 15곳을 지은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더라도 미국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양의 장서와 꼼꼼한 관리로 도서관을 '책의 무덤'이 아닌 '책의 궁전'으로 가꿔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으로 따로 장을 할애하여 한국의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을 소개하고 있다.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을 대접한 규장각과 팔만대장경을 600년 이상 보호해온 해인사의 치밀한 건축술을 통해 우리 조상 고유의 도서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도서관 건축학을 강의해온 지은이의 경험을 살려 도서관 건물의 미학과 그 유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도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새단장을 끝마친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이 출간 13년만에 돌아왔다. 월간지 『도서관계』에 2008년 1월부터 2년 6개월 동안 ‘도서관, 그 위대함이여’라는 주제로 연재한 글을 한 권으로 엮어 책으로 낸 것이다. 전작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에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세계 도서관을 살펴보았다면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서 깊은 도서관을 찾아갔다. 이 책은 약 2년 동안 12개 도서관을 순례한 한 도서관인의 ‘도서관 성지순례 기록’이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시민을 위한 최초의 무료도서관인 보스턴공공도서관, 800년 역사에 빛나는 케임브리지대학 렌도서관, 인류의 영원한 구심점인 바티칸도서관, 고대 도서관의 원형인 튀르키예 에베소 켈수스도서관 등,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야기, 학문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한 ‘살아 있는 유형자산’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숨겨진 가치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화가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것처럼, 명화 속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선물 같은 책이다. 한국 미술치료의 최고 권위자 김선현 교수는 미술치료가 숨은그림찾기와 같다고 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을 그림으로 정확하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미술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김선현은 이론뿐 아니라 실천에도 앞장서왔다. 제주 4·3과 세월호 사고 등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앞장서 돌본 트라우마 전문가다.
자화상은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강력한 비언어적 표현 도구로서 마음을 찍는 사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화상을 감상하는 가장 큰 목적은 제3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 마음의 페르소나, 그 가면을 벗겨내고 내 안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2010년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 출간으로부터 13년, 이번에는 전각을 주제로 박원규 작가와 김정환 서예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박원규 작가를 매혹시킨 인장의 매력과 의미에서 시작해 전각예술의 역사와 뿌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 그들이 뽐낸 미학과 성취, 전각의 형식과 실기까지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문학과 회화, 조각을 하나로 모은 동양예술의 진수지만 조용히 퇴색해가는 전각예술. 서예가이자 전각가로 수많은 명인에게 사사하며 한국의 전통 예술 한길을 걸어온 박원규 작가가 전각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펼쳐놓는다.
박원규 대담집(서예/전각을 말하다)
2010년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 출간으로부터 13년, 이번에는 전각을 주제로 박원규 작가와 김정환 서예평론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박원규 작가를 매혹시킨 인장의 매력과 의미에서 시작해 전각예술의 역사와 뿌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들, 그들이 뽐낸 미학과 성취, 전각의 형식과 실기까지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문학과 회화, 조각을 하나로 모은 동양예술의 진수지만 조용히 퇴색해가는 전각예술. 서예가이자 전각가로 수많은 명인에게 사사하며 한국의 전통 예술 한길을 걸어온 박원규 작가가 전각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펼쳐놓는다.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1905~44)의 서거 80주기(2024년)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출간되었다. 고유섭은 빼앗긴 조국의 미술사를 개척하라고 하늘이 점지해 내려보낸 듯한 비범한 인물이다. 39세의 나이에 요절하듯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집필한 그의 미학·미술사 연구 업적은 100년을 산 학자보다 크다.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미학 전공자는 고유섭이 최초이고 광복까지 단 둘뿐이었다. 고유섭은 서화는 물론 도자기, 불상, 불탑까지 우리의 미술사를 학술적 체계로 정리해냈다.
저자 이원규는 소설가로 등단해 1990년대 이후 생생한 문체로 민족혁명가 김원봉, 조봉암, 김경천, 김산 등의 평전을 써왔다. 인천 출신 작가가 이번엔 인천이 낳은 석학 『고유섭 평전』을 펴낸 것이다. 저자는 3년 전 인천문화재단 요청으로 고유섭의 약전을 집필했는데, 그가 구축해낸 거대한 업적에 비해 연구서와 논문이 예상보다 적고 점차 대중에게 잊혀지고 있다고 느꼈다. 고유섭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다시 펜을 잡았다.
『고유섭 평전』은 고유섭의 학문, 인천·경성·개성 등에서의 생활을 두루 다룬다. 부친 고주연의 생애부터 그려지는 조선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통문관·열화당 전집과 그 당시 신문 및 『진단학보』 『조광』 『신동아』 『문장』 등에 실린 1차 자료를 충실하게 담았고, 어려운 한자어는 풀어서 설명했다.
1910~20년대 인천시가지 지도를 실어 그 당시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하다. 미공개 자료인 고유섭 가문의 호적, 족보와 부모 및 고유섭의 졸업장 등을 수록했다. 고유섭의 일기와, 가족과 선후배의 증언, 동국대 중앙도서관 귀중본실에 있는 우현의 육필원고와 답사노트, 삽화 등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생애를 오롯이 복원했다. 그렇게 복원한 고유섭의 짧은 생애는 조선 민족은 열등하고 문화예술에 독창성이 없다고 한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민족예술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일관되어 있었다.
고유섭 평전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은 저자 이삼성(한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라는 개념틀을 구성하여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환경과 맥락을 규명하고, 그것이 지역과 세계의 전쟁과 평화에 미치는 영향과 함의를 밝히고자 200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집필해온 글들을 모은 지적 오디세이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이삼성 교수가 전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구조의 고유성을 해명하기 위해 제기한 개념이다. 저자는 한반도 정세의 동아시아적 맥락에 주목하며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학문적으로 개념화하려고 했다.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전후 유럽의 경우처럼 냉전-탈냉전 개념이 명확하게 적용될 수 없다. 처음부터 미소 냉전이 아닌 미중관계를 축으로 구성된 질서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는 냉전에서 탈냉전 너머까지 강한 연속성을 띄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의 전쟁과 평화에 대해 미국의 어깨에 얹혀 세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한반도 담론이 특수한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탈구된 채 영미권 대표 지식인들이 설파하는 세계질서 차원의 논의로 직결하는 경향을 저자는 지적한다. 동아시아질서에 대한 더 근본적인 이해와 그에 알맞은 비전을 개발하기 위해 독자적인 인식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는 태평양전쟁, 중국 내전, 한국전쟁이라는 세 전쟁을 통해 구성된 이래 오늘까지도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이 체제는 두 개의 다른 분단 시스템의 결합체다. 하나는 미일동맹과 중국 사이 작용하는 ‘대분단 기축관계’이며, 다른 하나는 한반도, 타이완해협 그리고 인도차이나에 성립한 ‘소분단체제’들이다. 이삼성 교수는 이 두 시스템이 상호유지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이를 하나의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라고 개념화했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을 개념화하기 시작했던 글부터 2023년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가 직면한 위기들을 논하는 글까지 발표 시점의 역순으로 실었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은 저자의 동아시아론의 시간적 진화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지성사적 기록이다. 또한 동아시아 사회들이 이러한 구조적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방향감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세세히 밝히고 있다. 질곡의 구조에 대한 현실주의적 독해와 질곡 너머 대안에 대한 이상주의적 비전까지 독자에게 전달해줄 것이다.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
‘세종도서’,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추천도서’에 선정된 『식물의 인문학』 저자 박중환이 『숲의 인문학』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전직 『시사저널』 기자였던 박중환은 운명처럼 다가온 식물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매료되어 식물과 숲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물론 숲을 보존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숲의 인문학』에서는 천재 15명의 삶을 추적해 천재성이 언제 어떻게 발현하고 폭발했는지 살펴본다. 더불어 천재성의 기원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지구 최초의 숲을 조망하고, 숲을 찾아 대륙을 넘는 고(古)인류의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는 숲 파괴와 함께 무너진 문명들을 예로 들어,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사막화와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사막녹화 이외의 대안이 없다고 설득한다.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현실에서 도시민의 녹색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녹색 공간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맞춤 해결책을 제시한다.
『숲의 인문학』에서 저자는 숲이라는 공간을 신성화하거나 단순히 감상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숲이 주는 혜택과 위험을 계량하며 조건적이고 합리적인 산림보호를 주장한다.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신봉되어왔던 공교육제도, 강력한 산림보호정책과 ‘숲 = 만능 해결사’ 이론,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는 탄소저감정책에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해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인류문명의 위기를 경고한다.
숲의 인문학
2023년 10월 25일부터 서울 문화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리는 류재춘 작가의 개인전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를 맞아 류재춘의 미술세계를 담아낸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가 출판된다.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는 류재춘의 작품과 작가노트, 예술 전문가들의 비평과 기자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작가의 인생사와 작업 주제의 연원을 해설하고, ‘한국화의 아방가르드’ 창출을 목표하면서 한국화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고민하는 작가의 시선에 주목한다.
류재춘은 오늘날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 앞서 걷는 작가다. 현대 한국 산수화의 대표 작가로서 KIAF와 화랑미술제를 비롯해 독일과 싱가포르 등 해외 아트페어와 국내외 개인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류재춘 작가는 LED 조명을 비롯해 새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전통적인 수묵 산수화에서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류재춘 작가를 상징하는 그림 「월하」와 스스로 꼽은 대표작「묵산」을 포함해 ‘자연의 초상’ ‘바위꽃’ ‘보라’ 세 연작을 비롯한 105점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가로 20cm 세로 28cm의 대형 판형의 책에 옮긴 류재춘 작가의 작품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풍만한 보름달과 그 아래 자연물이 전하는 생동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 테마 시집 『내가 홍범도다』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인 10월 25일에 맞추어 출간되었다. 또한 10월 26일은 청산리대첩이 대승전으로 통쾌하게 끝난 지 103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는 홍범도 장군의 모든 생애와 생로병사는 물론 장군의 육성이 들리는 듯한 시가 담겨 있다. 2023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불거진 민족독립운동사 훼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문제작이다.
이동순 시인은 스스로를 ‘의병시인’(義兵詩人)이라고 일컬으며 투쟁한다. 붓 한 자루의 무기로 모든 불의와 싸우는 시인이다. 시인은 1980년대부터 홍범도 장군을 연구해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완간했고, 2023년 3·1절을 맞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발간했다. 시인이 홍범도 장군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조부이신 독립투사 이명균 의사 덕분이다. 이명균 의사는 ‘의용단’ 사건으로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하셨다. 조부가 시인에게 남긴 화두는 민족 독립운동사 깊이 읽기였고, 시인은 이에 몰입하다 홍범도 장군을 알게 되어 그 생애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자 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홍범도 장군은 국권 패망 전부터 함경도에서 의병활동을 했다. 독립운동사에서 최대 전과를 얻은 청산리대첩의 중심인물 중 하나가 바로 홍범도 장군이었다. 그는 만주를 거쳐 연해주로, 또 중앙아시아 크즐오르다로 강제이주되어 유랑해 다녔다. 애달픈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도 목표는 오로지 구국 일념뿐이었다.
타국에 묻혔던 홍범도 장군이 2021년 국민의 환호 속에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아 갖은 모욕과 조롱, 시련과 능멸을 겪으면서 역사부정의 흐름 속에 놓였다. 만약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철거된다면 홍범도 장군은 두 번째 강제이주를 당하는 셈이다. 시인 이동순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건 우리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려는 불순한 짓”이라고 단정짓는다.
문예평론가 김미옥은 “살아서 모든 것을 잃은 홍범도의 영혼이 무덤에서 일어났다”며 이 시집은 “육탈(肉脫)을 알리며 시인의 입을 통해 공수(貢壽)하는 영혼의 언어”라고 평했다. 이 시집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하나의 속죄이며,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다시 듣는 경청의 장(場)이다.
내가 홍범도다
문어에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을까? 어떻게 얼어붙은 남극해 바닷속부터 뜨거운 적도 바다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을까? 『환상적인 문어』는 문어라는 놀라운 생물을 과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차근차근 알아보는 논픽션 과학책이자 아동 문학책이다. 지구와 바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문어가 언제부터 지구에 살았는지, 문어가 얼마나 다재다능한지 살펴본다. 문어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빛, 지구, 진화 같은 중요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환상적인 문어
카라바조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다. 카라바조의 그림을 한 점이라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십중팔구 그의 그림을 도록의 표지로 쓴다.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에서 라파엘로, 보티첼리, 벨라스케스, 고야, 르누아르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대표작 50점이 전시 중인데 이 전시에서도 카라바조의 그림을 포스터로 선정했다.
사람들은 왜 카라바조에 열광하는가? 미술사학자 고종희는 카라바조의 특별한 생애와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에서 그 답을 찾는다. 카라바조는 20대에 그림으로 로마인을 매료시키고, 30대에는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도망자 신세로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 등을 전전하다가, 39세에 에르콜레 해변가 마을에서 사망하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고종희 교수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카라바조가 살았던 시대적·지역적·정치적 배경과 그의 작품을 생애순으로 엮어낸다. 특히 카라바조를 스타로 만든 콜론나 가문, 보로메오 가문에 주목했다. 카라바조의 작품 73점을 포함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 129점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가로 24cm, 세로 28cm의 대형 판형으로,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황홀함을 누릴 수 있다.
고종희 교수는 40년 전 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카라바조에게 매료되어 책과 자료를 수집했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는 저자의 미술사 전반에 대한 지식과 현장을 찾아가야만 한다는 탐사 본능으로 만들어진 책으로, “단순히 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연구서가 아니라 평생을 바친 미술사 연구에 대한 열정의 결과물”이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청와대 5년의 비하인드 스토리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한 윤재관이 청와대에서의 꼬박 5년, 1,826일의 기억을 세상에 내놓는다. 판문점 도보다리 일정 아이디어를 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저자 윤재관! 그는 2017년 대선 개표일부터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까지 청와대 1,826일을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켜봤다. 청와대 사람들의 출퇴근부터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실생활 이야기, 문재인 대통령의 인간적인 매력과 엄격함,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치밀한 물밑 작업, 그리고 세월을 돌려 되돌리고 싶은 후회의 순간까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저자 윤재관은 국회의원 무급 인턴으로 시작해 비서, 비서관, 보좌관을 거쳐 중앙당 상근부대변인, 청와대 행정관, 선임행정관, 국정홍보비서관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청와대 본관과 여민 1, 2, 3관을 모두 거쳤고,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했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인수위도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일했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전해온 저자 윤재관은 이제 청와대 뒷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훗날 국정운영의 나침반이 되기를 바라면서 화려한 무대 뒤편 청와대 사람들의 땀내 나는 이야기를 기록한다.
나의 청와대 일기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1920년대 파리 생활의 회고록이다. 당시 헤밍웨이는 20대였다. 1921년 해들리 리처드슨과 결혼한 그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매일이 축제였던 파리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책을 펼치면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파리가 되살아난다. 이때의 ‘파리’는 단순히 공간의 의미를 넘어, 첫 번째 아내 해들리와의 행복했던 신혼 시절,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굶주렸던 일상과 가난과 전쟁을 겪은 청년이 글을 쓰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순간들을 의미한다.
대가로서의 헤밍웨이가 아니라 젊은 작가로 살아가던 시절,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의 기록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가난 속에서 꽃피워낸 열정이다. 자신의 글에 대한 확신과 불안, 아내와 보내는 시간에 대한 만족과 공허, 좋아하는 예술가의 단점과 경멸하는 예술가의 유머러스한 점을 낱낱이 고백하며 우리를 매일이 축제였던 파리로 안내한다.
젊은 시절 헤밍웨이의 모습과 파리 풍경을 담은 화보 126점은 마치 파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헤밍웨이가 다닌 장소들을 ‘발자취 지도’로 만들어 책 앞에 실었다. 또한 당시 문화와 인물을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옮긴이가 꼼꼼한 각주와 미주를 달아 진입장벽을 없앴다. 헤밍웨이라는 돋보기로,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가의 내면과 전후 파리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헤밍웨이 내가 사랑한 파리
우리 삶을 둘러싼 테크놀로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말하기 위해, UCLA에서 컴퓨터과학 형평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육 연구자 진 J. 류(류진선)과 제인 마골리스가 이 책을 썼다. 차별과 편견이 스며든 빅데이터가 만들어낸, ‘평균’은 알아도 ‘평등’은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과 컴퓨터과학에 맞서기 위해서다.
『파워 온 : 평등하고 공정한 AI 시대를 위하여』의 주인공들은 각각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대표한다. 네 명의 청소년은 컴퓨터과학이 모두에게 공정한지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를 지키고, 컴퓨터과학자들이 기술뿐 아니라 사람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컴퓨터과학 기술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는 잘 모른다. 기술에 이용당하지 않고 기술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컴퓨터과학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청소년들과 함께해보면 어떨까?
파워 온
■『김언호의 서재 탐험』은 생애를 바쳐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온 출판인 김언호가 우리 시대의 독서가 12명과 책과 독서를 담론한 책이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고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독서가 12명과 책의 정신, 책의 힘 그 내면의 깊이를 천착한다. 독서가들의 오늘을 있게 한 책에 관한 이야기, 책의 힘을 환기하고 독서와 삶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나눈다. 독서가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아름답게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김언호는 책 읽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친구가 된다고 말한다. 독서가들의 서재가 뿜어내는 지향(知香)과 미향(美香)을 강호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재는 영혼의 쉼터이자 창작의 공간 책이 존재하는 공간, 서재는 그 독서가의 취향과 관심사, 내면과 정신의 풍경을 보여준다. 품격 있는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 서재는 각별한 장소다. 그들에게 서재는 영혼의 쉼터이자 창작의 공간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서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창조의 공간이다. 출판인 김언호는 그동안 아홉 권의 책을 출간했다. 모두 책과 출판에 관련한 저서들이다. 『세계서점기행』은 ‘서점론’을, 『그해 봄날』은 ‘저자론’을, 이번의 『서재 탐험』은 ‘독자론’을 펼친다. 서재 탐험을 통해 우리 시대 독서가들에게 영향을 준 책, 우리 젊은이들에게 권독하고 싶은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의 미학을 담은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와 함께 ‘책의 4부작’을 끝낸 셈이다. 47년째 3,500여 권의 책을 펴내고 있는 김언호의 이 책들은 ‘출판인 김언호’가 아니면 써낼 수 없는 체험적 출판문화론이자 출판철학이다. 지금은 ‘책방지기’가 된 문재인 대통령. ‘평산책방’을 열기 전에 김언호와 책방 구상을 나눈 대담에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평산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책방을 만들기로 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책방이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서서 저자와 독자가 만나고 대화하는 책방, 책 읽는 친구들이 방문하고 토론하는 희망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란다.
김언호의 서재 탐험
박경리의 『토지』는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73년 문학사상에서 초판 출간 후 마로니에북스 등 6곳의 출판사를 거쳐 2023년 7번째 재출간을 앞두고 있다.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2019)의 저자 김민철은 박경리 작가의 15주기를 기리기 위해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출간했다.
『토지』는 총 20권 분량에 600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대하소설이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의 저자 김민철은 서희와 최참판댁 사람들을 비롯한 주요 인물의 성격을 꽃의 특성과 연결지어 인물들의 서사를 돋보이게 했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을 묘사하거나 그들이 등장할 때 함께 나오는 꽃을 찾아 25편의 글을 썼다. 꽃을 설명하면서는 저자가 직접 찍은 135장의 꽃 사진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꽃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외모, 스토리를 풍부하게 익히다 보면 방대한 『토지』의 윤곽을 그리는 것을 넘어 작품의 주제와 핵심을 알 수 있다. 또한 작품 외적으로 박경리 작가의 가족사나, 꽃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도 폭넓게 다루어 박경리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저자 김민철은 아파트 공터에 핀 꽃의 이름을 묻는 딸에게 대답해주기 위해 야생화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을 계기로 20여 년간 야생화에 빠져 전국을 누비며 꽃 사진을 찍고 관련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소개하는 ‘꽃 기자’가 됐다. 또 다른 관심사인 문학과 꽃을 연결시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꽃에 대한 책 네 권을 냈다. 저자는 『토지』를 읽기 시작하며 처음엔 작품 속에 꽃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꽃이 많이 나와 놀랐다고 한다. “등장인물과 꽃·나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많아”서 빙그레 웃으며 작품을 읽었다고 한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산이다. 근대 이전에도 산에 오른 옛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산에 오를 수 있던 사람은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한 사람이거나 재조(在朝) 일본인뿐이었다. 『침묵하는 산』은 일제강점기에 산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였고, 일제는 왜 등행을 장려했는지 그 이유를 파헤친다. 그 단서가 되어주는 이는 일제강점기에도 서구 알피니즘의 방식으로 조선의 산에 올랐던 예외적이고 탁월한 산악인 김정태다. 서글픈 근대 등반사의 풍경을 마주하고 친일 부역을 올바로 바라보기 위한 『침묵하는 산』은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책이다.
침묵하는 산
2023년 4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호퍼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호퍼 회고전을 맞아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예술을 담아 써낸 『호퍼 Hopper A-Z』를 박상미가 한국어로 옮겼다. 2020년 바이엘러 재단 호퍼 전시회의 보충 자료로 기획된 얼프 퀴스터의 이 책은 호퍼의 생애를 간략하고 다양하게 다룬다.
『호퍼 Hopper A-Z』는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를 알파벳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미국 현대미술가로 불리는 에드워드 호퍼의 삶은 그 작품들에 비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호퍼 Hopper A-Z』는 호퍼의 걸작들에서 한발 물러서 호퍼라는 한 인간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에드워드 호퍼의 생애를 파악하는 것은 장면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상을 묘사하고자 했던 호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재해석의 길을 연다. 호퍼 작품의 창문들이 건물 내부에 호기심을 품게 하듯이, 얼프 퀴스터가 보여주는 알파벳 키워드는 호퍼라는 인물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고 호퍼의 영감이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에게 보여준다.
호퍼 A-Z
『
지혜의 숲으로
』
는 출판인 김언호의 책사진집으로 다양한 빛깔의 생각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는 아름다운 책의 세계를 보여준다
.
47년째 출판을 이어오고 있는 저자 김언호는 종이책의 위기라고 하지만 책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직 많다고, 책은 이렇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전 세계의 책을 담아낸 이 사진집에는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김언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책이다. 길을 걸을 때도 여행할 때도 ‘책의 길’에 대해 생각한다는 김언호는 늘 무거운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다양한 책의 표정을 찍는다. 1987년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길섶에서 만난 책 읽는 아이들에서부터 2023년 가나자와 이시카와 현립도서관까지
책이 있는 곳에서 그의 카메라는 바쁘게 움직인다
.
지혜의 숲으로
생애 마지막 날을 보내는 사형수 김재규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역사소설이다. 박정희의 오른팔이었으나 만찬 석상에서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차지철을 저격한 이중적 인물 김재규. 풀리지 않는 10·26 사건의 수수께끼를 김재규의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조성기는 가려졌던 역사적 진실에 상상력을 더해 김재규의 삶과 박정희와의 인연 그리고 10·26 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한 굴곡을 되짚어낸다. 조성기만의 해박한 역사의식과 섬세한 필치로 군사정권의 부역자이자 반역자이자 혁명가인 김재규의 운명을 그려냈다.
1980년 5월 24일
2021년 홍범도 장군이 고국을 떠난 지 100년 만에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3년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서 홍범도 장군을 42년간 연구해온 시인 이동순이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펴낸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조명한 기념비적인 평전이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이동순은 역사성과 문학성이 일치하는 글을 써냈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의적으로 소외하고 폄훼해온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장군의 육성으로 부활시켰다.
서문에서 저자 이동순은 자신의 문학적 바탕은 어린 시절 조부 이명균 선생의 일대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라고 했다. 집안 어른들의 회고담, 유품과 시작품, 서찰, 옛 신문기사를 읽으며 국문학자로서 가치관을 정립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뜻이 강해져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일에 다다르게 됐다고 말한다. 일본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바친 홍범도 장군. 그가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용기가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되살아날지 기대한다.
이야기는 굶주린 조선 민중들이 국경을 넘고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는 때부터 시작된다.
홍경래의 부하 중에 곽산 사람 홍이팔이 있었다. 홍범도의 증조할아버지로 힘이 장사였다. 거기서부터 홍범도 부모의 만남과 홍범도가 출생하는 과정, 7일 만에 사망한 모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가 성장하고, 결의를 다지며 첫 봉기를 일으키고 아내 단양 이씨와 두 아들을 잃는 이야기 등이 문학가 이동순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항일무장 투쟁을 하는 홍범도 의병대가 등장한다.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에서 홍범도 부대가 활발하게 전투를 치르는 모습이 홍범도 장군의 시점에서 세밀화처럼 그려진다.
책의 후반에는 흑하사변(자유시참변)과 분열 그리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경비원,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의 모습
을 볼 수 있다. 2021년 장군의
유해가 크즐오르다에서 서울공항으로 봉환
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홍범도 장군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꿰뚫는 넓고 깊은 평전이 탄생했다.
민족의 장군 홍범도
우리 겨레의 대표고전인 일연의 <삼국유사>. 유교적 합리주의 세계관이 반영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달리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민간전승의 기사·신화·전설·시가를 풍부히 담고 있다. <꿈꾸는 삼국유사>는 <삼국유사>의 풍부한 ‘이야기성’에 주목하며 세계 신화의 맥락 위에서 우리 신화의 원형에 새롭게 접근해보고자 한 연구다. 『삼국유사』에 담긴 수많은 설화는 역사이자 상상 속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신화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서양 신화를 가르쳐온 저자는우리의 민족 신화로 눈을 돌려 <삼국유사> 연구에 천착했다. 신화학자답게 저자는 역사 이전에 신화 및 설화가 형성된 바탕을 탐색한다. 이야기들에 덧붙여져 있는 정치적, 철학적, 종교적, 역사적 외피를 최대한 벗겨내고 그 신화적 원형에 다가간다.
이 책에는 <삼국유사>의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대표적인 설화들이 세 가지 주제 아래 엮이었다. 첫째 ‘위대한 어머니들’에서는 곰 설화, 유화부인 설화, 수로부인 설화, 알영 설화를, 둘째 ‘신성함의 현현’에서는 처용 설화, 서동 설화, 만파식적 설화,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를, 셋째 ‘길 위의 성인’에서는 신라불교 십성(十聖) 가운데 두 인물인 사복과 원효 설화다.
저자는 이야기의 스토리나 구조를 따라가는 대신 신화의 최소단위에 주목하며 이른바 ‘반독서’(contre-lecture)를 지향한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읽기, 이미 형성된 어떤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읽기, 그런 해체적 읽기를 저자는 ‘꿈’의 이름으로, 우리 민족의 무의식 깊이 가라앉아 있는 숨겨진 ‘열망’의 이름으로 수행한다. 책 제목이 ‘꿈꾸는 삼국유사’인 이유다.
꿈꾸는 삼국유사
<나의 눈부신 친구>, <잃어버린 사랑>, <어른들의 거짓된 삶>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에세이로는 처음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엘레나 페란테는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는 등의 세계적 대가이지만, 필명을 사용하고 나폴리 출생의 고전 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는 미스터리한 작가다. 작품으로만 세상과 소통하기 원하는 작가인 그가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에서 자신의 작품, 작가와 글쓰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한다.
엘레나 페란테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다. 또한 최초의 영감을 놓치지 않고 잘 받아쓰고자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기준에서 훌륭한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기존의 규칙을 어기고 싶은 작가, 연대를 통해 나쁜 언어에 맞서 좋은 언어를 찾아가고 싶은 여성 작가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엘레나 페란테가 에밀리 디킨슨, 거트루드 스타인,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단테 등 위대한 작가들을 통해 터득한 통찰을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에서 제시한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다.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700부 한정판으로 특별 제작된 <꽃이 져도 오시라>가 미니어처라는 새로운 형태로 출간되었다. <꽃이 져도 오시라>는 그림 그리는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 김주대가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120점의 문인화를 담은 책이다.
2021년 12월, 700부 한정판은 가로 30cm, 세로 36cm의 커다란 크기에 친필 사인과 넘버링을 넣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5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이어서 구입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미니어처 <꽃이 져도 오시라>를 출간했다.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은 누구나 소장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졌지만, 기존 큰 책의 비율을 유지하고 양장에 케이스까지 같은 모양으로 제작된 미니어처다.
소박한 사람들의 위대한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풍경을 소재로 시와 그림의 농밀한 대화가 이어진다. 응축된 시적 언어는 짙은 먹과 몇 가지의 색, 넓은 여백을 활용한 간결한 그림으로 완성되어 내밀한 인간 본성을 자극하고 우리의 심연을 두드린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릴 때 일체의 권위와 가식, 규격과 질서에서 해방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하는 시인의 붓이 빚어낸 예술적 승화의 결정체다.
꽃이 져도 오시라(미니어처)
<꽃이 져도 오시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인 김주대가 2022년에 새롭게 그린 108점을 담은 문인화첩으로 돌아왔다. 가로 30cm, 세로 36cm의 큰 책으로 한 점 한 점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김주대 시인은 이번에도 700부 한정판 모두에 친필 사인과 넘버링을 남겨 책을 소장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흔적을 선물한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사랑을 그려내던 김주대 시인이 이번에는 108점의 동자승으로 인간의 고독함을 수행과 예술로 승화해냈다. 동자승을 소재로 한 문인화첩이지만 불교를 훌쩍 넘어 인생의 깊은 철학과 지혜, 아프고 높은 서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동화 같은 책이다.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의 108번뇌에서 비롯되어 여러 방면에서 인용된다.
특히 108배는 종교적으로 자애를 닮아가는 수행이면서 종교가 없는 현대인들에게도 권하는 신체적·정신적 운동이다. 마치 108배를 떠올리게 하는 108점의 그림 수행은 김주대 시인의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만들어냈다. 책장을 넘기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과 그림, 언제 어느 곳에서 꼭 한번은 본 듯한 아기들이 때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과 귀여운 육성으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108동자승
"한반도 최초의 인플레이션,그 이면에는 일본의 화폐 침략이 있었다"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쌀·금·돈의 붕괴』는 위조, 환투기, 엔화 도입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전략적인 화폐침략이 불러온 한반도 최초의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조선을 무너뜨리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조선의 화폐경제 미시사다. 제국주의가 휩쓴 세계사의 영향 아래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좀더 미시적인 경제 분야에 집중해 파고들며 1945년 조선이 해방과 동시에 “철저하게 무너진 폐허 위”(279쪽)에 남게 된 과정을 샅샅이 살핀다.
저자인 김석원은 대한민국 최초의 농업경제학과를 설치하고 한국통계학회 초대 회장 등을 역임한 경제학계의 거목 고(故) 김준보(金俊輔, 1915~2007) 교수의 손자이며, 이 책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가 할아버지 김준보 선생의 논문을 바탕으로 2022년의 독자를 고려해 현대적이고 편안한 문체로 풀어 쓴 책이다.
개항 전후의 위조-환투기-일본 화폐 도입이라는 화폐침략의 충격이 계속된 결과, 조선에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고 조선 경제는 그야말로 박살이 나버렸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조선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모든 면에서의 침략을 받게 된다. 이후 일본이 항복하며 종결된 양차 세계대전 속에서 패전국의 식민지였던 조선에 무언가 남아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과 민주화운동을 거쳐 다다른 2022년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시작엔 개항이 있었다. 민족의 역사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물리적 지반을 공유했던 150년 전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남으려 애썼던 방식을 살펴보는 일이 지금 같은 땅을 밟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함은 당연해 보인다.
일본의 한국경제 침략사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임옥상 보는 법』은 한국의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인 이유로 고착화되는 메커니즘을 분석⋅비판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보기 방법’(Ways of Seeing)을 제안한다.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의 그림에는 ‘땅’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에게 땅은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두 발을 딛고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자 상호 관계성의 근간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땅과 인간의 관계는 어느덧 일방적인 착취에 가까워졌다.
임옥상은 착취의 기제인 ‘성장’이라는 면죄부 아래 사회가 외면하고 소외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땅의 원소적 모티브인 ‘흙’으로 말하고자 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본의 논리, 능력주의라는 전가의 보도 아래 이름만 달리한 ‘성장’의 변주를 화려하게 연주하는 중이다.
그동안 임옥상이라는 작가를 설명해온 정치적 자유와 혁명이라는 방식은 시대가 취사선택한 키워드에 불과했다. 주어진 틀 바깥에서 사유할 때, 즉 우리가 ‘보는 법’을 달리할 때 세상의 장막은 걷힌다.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윤곽 3부작’에서 타협을 거부하는 여성의 자화상을 보여줬던 영국 페미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 레이첼 커스크가 장편소설 『두 번째 장소』로 돌아왔다. 외딴 습지에 사는 중년 여성 작가가 자신의 별채로 남성 화가를 초대해, 그가 한동안 머물다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간의 영혼을 긍정하면서도 악마를 떠오르게 하는 서사가 담겨 있다. 레이첼 커스크가 줄곧 집중했던 자유와 의무 사이에 선 여성의 욕망과 선택, ‘모녀’라는 운명, 예술과 진실의 관계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 『두 번째 장소』는 2021년 부커상과 총독상 후보에 올랐다.
여성 작가 M이 화가 L을 별채에 초대했던 그 여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파괴’다. M은 L이 별채로 와서 자신에게 자유를 찾아주며 갈증을 해소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L은 등장부터 M에게 충격을 주고, 그녀의 삶의 조건들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또한 그의 독단적인 성격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무시로 습지의 삶은 파괴된다. 예술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한 L이 별채에 온 후로 M은 실존적 혼란 속으로 빠져버린다.
『두 번째 장소』는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M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사람의 청자에게 사건을 회고하며 들려주는 모양이다. 덕분에 독자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로서의 사건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M의 내밀한 마음까지 듣는다. 이러한 새로운 형식적 시도를 통해 여성적 생의 조건과 예술에 대한 “진실에” 닿을 때까지 “그것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까발”리는 대담한 소설이 탄생했다.
두 번째 장소
『초록 대리석』은 검사 진혜원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독방에 갇힌 여검사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돌아보는 긴 독백 형식의 소설로, 솔직하며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이다. ‘두개골을 열었다’고 표현하는 뇌 수술을 한 주인공 머릿속의 여러 목소리는 의식의 흐름대로 독자를 이끈다.
자신의 본성을 웬만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록 대리석’이라고 표현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과 현재의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 속 현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오징어’와 작가가 동일인물처럼 보이는 것도 『초록 대리석』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철저한 상상력과 정신분열적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든 순수 창작물로, 재미와 함께 현실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두개골이 열려 있는 탓에 책 전체가 은유이기 때문이다.
초록 대리석
『 진실과 정의에 대한 성찰: 검사의 검찰일기』는 한국 사회의 여러 현안에 관해 날카로운 의견을 피력해온 부산지검 검사 진혜원의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국 사태, 한국의 정당 정치,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성찰하고, 검찰과 미디어의 현 실태에 대해 낱낱이 고발한다.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역사, 성범죄 재판의 불공정성,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한국형 보수주의와 일신교의 유사성 등 일상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견해를 제시한다.
저자는 미디어의 보도를 의심 없이 믿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진정한 상향식 민주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남에게 판단과 운명을 의존하는 대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책임 원칙’에 기반하여,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찮아야 민주주의다.’
이 책에서 저자 진혜원은 이러한 자신의 소신을 법, 정치, 종교, 문학, 생물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향으로 개진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질문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대대적인 토론이 곳곳에서 벌어지길 기대해본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성찰
저자 고명섭이 『니체 극장: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이후 10년 만에 펴내는 철학자의 삶과 사상 탐구서다. 하이데거 사상에 매료되어 그 사상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의 철저하고 꼼꼼한 사유 여행의 기록이다.
『니체 극장』이 니체라는 희귀한 철학자의 정신 속으로 난 사상의 미궁을 탐사했듯이, 『하이데거 극장』은 하이데거라는 어두운 사상가의 광대한 내면에 펼쳐진 사유의 오지를 답사한다. 이 답사의 길은 하이데거 사유의 가장 깊은 곳, ‘존재의 비밀’이 간직된 ‘진리의 심연’으로 이어진다. 하이데거의 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은 바로 ‘존재’의 연극이며, 어둠의 심연 그리고 무(無)의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다.
하이데거 극장 1
저자 고명섭이 『니체 극장: 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이후 10년 만에 펴내는 철학자의 삶과 사상 탐구서다. 하이데거 사상에 매료되어 그 사상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의 철저하고 꼼꼼한 사유 여행의 기록이다.
『니체 극장』이 니체라는 희귀한 철학자의 정신 속으로 난 사상의 미궁을 탐사했듯이, 『하이데거 극장』은 하이데거라는 어두운 사상가의 광대한 내면에 펼쳐진 사유의 오지를 답사한다. 이 답사의 길은 하이데거 사유의 가장 깊은 곳, ‘존재의 비밀’이 간직된 ‘진리의 심연’으로 이어진다. 하이데거의 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은 바로 ‘존재’의 연극이며, 어둠의 심연 그리고 무(無)의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다.
하이데거 극장 2
『우주를 조각하다: 문신의 예술 세계』는 세계적 조각가 문신(文信, 1922-95)의 생애와 작품을 통해 융합과 조화의 미학을 다룬 책이다. 문신 예술의 주요 키워드인 시메트리(Symmetry)는 대칭 또는 균형으로 번역되며, 물체를 반으로 나누었을 때 양측이 똑같은 경우를 말한다. 문신의 작품에서 시메트리가 의미하는 바는 자연의 섭리이자 생명의 법칙, 즉 하나의 우주 그 자체다.
문신은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물질적 땅에서 비물질적 가치를 이끌어낸다. 불가항력적 환경 안에서 이루어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었던 문신이었다. 극단과 극단 사이를 횡단하는 그의 태도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스타일에서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누빈 삶의 노정에서도 묻어난다.
문신 예술에서 시메트리는 그의 삶에서 계속해서 묻어나오던 소통과 상생의 의미를 가진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시메트리 형식의 고정된 사용은 소통과 상생의 절대적인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쓰였다. 절대 법칙으로서의 시메트리 안에서 그는 자유를 말하고자 했다.
문신 조각에서 주로 쓰이는 재료 스테인리스강은 관람자뿐만 아니라 놓이는 환경까지 반영한다. 낮과 밤, 도시와 정원 사이에서 우리는 ‘같은’ 조각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다. 하물며 단일 존재마저 주변 환경에 의해 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이질적인 개체들이 하나의 지평 위에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문신의 작품”(83쪽)은 우리에게 존재에 대한 너그러움까지 안겨준다.
우주를 조각하다
『귀향』은 「나비와 광장」의 시인 김규동의 문학과 삶을 돌아보고 기념한다. 총 3부 구성으로, 1부 ‘김규동의 대표 시 25편’에서는 김규동의 시적 정수를 담은 시를 선정해서 소개한다. 2부는 ‘평론가들의 김규동 새롭게 읽기’로 8명의 평론가 오형엽, 나민애, 임동확, 김종훈, 유성호, 김응교, 김유중, 맹문재가 김규동의 시세계를 분석하고 해설한다. 3부는 김규동 시인의 5주기인 2016년에 창비에서 비매품으로 발간되었던 추모문집 『죽여주옵소서』의 일부를 ‘책 속의 책’ 개념으로 수록했다. 여기엔 문인 28인의 추모 산문과 임철규 교수의 평론, 김규동 시인의 모습과 시화·조소·서각 작품의 사진이 실려 있다. 김규동을 추억하는 글로 『귀향』을 여는 시인 이동순의 말대로, 이 책은 김규동의 생애와 업적을 되새기고 그의 시 작품 세계에 깃들어 있는 오묘함과 비의를 경험하는 모꼬지의 장이 될 것이다.
김규동은 해방과 전쟁과 분단을 모두 겪은 세대로서 자신의 시에 선 굵은 증언과 깨끗한 슬픔을 담아낸 시인이다. 그는 역사의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현실 세계를 견고하게 인식하고 그려낼 수 있는 시 형식을 찾고 시를 썼다. 그런 김규동의 작품과 삶을 조명하는 『귀향』은 지금의 독자에게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새롭게 체감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바로 그곳에서부터 김규동의 ‘귀향’은 시작될 것이다.
귀향
『그대가 조국 스토리북』은 아시아 최초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수상자 이승준 감독이 연출하고, 26억 원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유통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영화 「그대가 조국」을 스토리 형식으로 바꿔서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의 제작상영 일지도 담겨 있다. 거기에 더해서 두 평론가의 평론과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영화 출연자 및 감독·프로듀서 여덟 명의 ‘못다 한 이야기’를 넣어 영화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영화 「그대가 조국」은 『조국의 시간』을 모티프로 제작되었고, 그 영화가 기반이 되어 『그대가 조국 스토리북』이 탄생한 것이다.
영화「그대가 조국」은 2019년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로 현재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며, 그 정치·사회적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깊이 있게 파고드는 다큐멘터리다. 특히 이승준 감독은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을 둘러싼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의 기억을 소환해 진실에 접근하려 했다. 그들의 고통의 흔적을 바라보되 냉정한 시선으로 영화를 전개한다.
『그대가 조국 스토리북』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영화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담아 퍼즐을 완성했다. 「그대가 조국」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우리 시대의 광기를 보며 책을 읽는 이들은 각자가 자신만의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대가 조국 스토리북
『메르켈: 세계를 화해시킨 글로벌 무티』는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리옹 반 렌테르겜이 메르켈이 총리가 되고 퇴임하기까지 16년 동안 메르켈을 집요하게 추적한 전기다. 저자는 메르켈만큼 자신을 매혹하고 궁금하게 만들고 삶의 일부가 되는 지도자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메르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이 책은 ‘역사를 만든 여성’인 독일 총리의 어린 시절 친구들,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 그리고 라이벌들을 대상으로 저자가 수년 동안 조사한 결실이다.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메르켈의 인물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메르켈 리더십의 진면모를 조명한다. 저자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로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기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메르켈의 면모를 파고든다. 우리는 저자의 날카로운 필치를 따라가며 메르켈 리더십의 비밀에 도착하고, 책을 덮으면서 비밀의 상자를 여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메르켈
2022년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내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나라 면적이나 인구, 유구한 역사, 지정학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미처 몰랐지만 분명 유럽의 대국이다. 그간 관련 책들이 나오긴 했으나,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는 깊이와 넓이 면에서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어 단연 돋보이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아마존 서점 독자 리뷰가 1,200개 이상 달릴 정도로 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읽을 만한 역사서다. 특히 하버드 대학 역사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우크라이나 출신답게 조국의 현대사를 몸소 겪고 그런 정서를 체득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깊이 있는 역사 이해와 정확한 시각을 이 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연은 축복받았지만 역사는 저주받았다”라는 말을 한다. 전자는 ‘유럽의 빵바구니’라는 별명이 붙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드넓고 비옥한 국토를 말할 것이고, 후자는 수많은 침략과 지배, 갈등과 대립을 겪어내야 했던 고단한 투쟁의 역사를 말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이 말을 실로 피부에 와 닿게 한다. 이 비극의 기원은 깊다. 저자는 ‘유럽의 문’이라는 운명이 결코 가볍지 않았던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뿌리를 검토한다.
중유럽과 러시아, 중동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이 나라를 동방과 서방의 전략적 관문으로 이용하려는 제국들, 특히 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 제3제국, 소련에 의해 모양이 형성되었다. 이 책에서 플로히 교수는 키이우 영웅부터 정복자까지 주요 우크라이나 역사 인물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모색을 연구한다. 이 책은 헤로도토스 시대부터 소련 붕괴와 지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갈등까지 우크라이나의 2000년 역사 중 제1부에서 1,000년, 제2~5부에서 나머지 1,000년을 다루고 있다.
유럽의 문 우크라이나
시가 되고 문장이 되는 풍경을 찾아 나서는 시인을 따라가는 여정, 물컹한 울음과 화사한 웃음을 토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주대 시인의 서화집. 그가 본 사람들의 몸과 생활, 웃음과 울음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34편의 글과 64점의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페이스북 대표 문인화가’로 불리는 김주대 시인이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만난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서화집. 단절의 시대에도 시인은 사람들에게 깊이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흔히 볼 수 없게 된 것들이 담겨 있다. 그것은 간절한 기다림, 충격적인 기쁨, 아름다운 슬픔, 희한한 인연, 이별, 만남, 사랑 등의 사람 사는 냄새다.
서문에서 시인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단순히 망막에 맺히는 빛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살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본 사람들의 몸과 생활, 웃음과 울음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34편의 글과 64점의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풍경이 그곳에 있었음을, 그리고 아직도 반짝 살아 있음을 알게 해주는 이 책이야말로, 발로 뛰는 시인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
포옹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이병주 평전』은 72년에 걸친 이병주의 굴곡진 생애와 그에 대한 모든 자료를 넣었다 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작품 세계를 담아 이병주 연구를 집대성했다. 나림 이병주는 일제강점기부터 혼란한 해방 시기, 한국전쟁, 이승만 시기, 박정희 시기를 거쳐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소설로 압축해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소설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문학으로만 세상을 이야기하려 한 자유인이었다. 그의 작품에는 역사에 대한 희망, 인간에 대한 애정의 시선이 담겨 있다.
나림 이병주는 마흔네 살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해 72세로 영면하기까지 80여 편의 장편소설을 포함해 원고지 수십만 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행간에 깔린 가냘픈 잡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은 생명들의 서러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는 그는 당대 제1의 인기 작가였지만 주류 문학계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존재였다. 저자 안경환은 이 책이 발판이 되어 주류 문단에서는 외면당한 이병주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병주 평전
『당신은 어떤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는 소셜칼럼니스트 강미숙이 일상에서 느끼는 일을 지극히 사적인 견해로 풀어낸 정치에세이다. 강미숙은 왜 일상에 집중하는가. 그녀에게 일상은 곧 정치이고, 정치는 바로 우리의 삶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미숙은 지방에 거주하면서 각종 정치현안을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소셜칼럼니스트로 규정하게 된 배경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명문으로 페이스북 팔로워를 1만 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소위 ‘파워 페부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특유의 속 시원한 입담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는 저자가 SNS에 올린 글을 주제별로 엮은 책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고민, 한국 여성의 삶,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 등 각종 사회문제와 정치 현안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
나만의 서재를 꿈꾸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
책 한 권 한 권을 모아 만든 서재만큼 개인의 사사로움이 아름답고도 선명하게 보이는 공간이 있을까. 어느 때보다 개인의 삶이 주목받고 있는 취향의 시대다. 『예술가의 서재: 그들은 어떻게 책과 함께 살아가는가』는 취향을 가꾸는 가장 성실하고도 풍요로운 방법을 알려준다.
예술가 서른두 명이 책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책 읽는 예술가’를 넘어 ‘책을 통해 예술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책이라는 키워드로 모인 이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제법 일관된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은 모두 사람을 향해 있다. 완성된 상태로서의 서재 이전,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열정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안목과 애정으로 채워지고 있는 모든 서재 속에는 ‘예술가의 서재’가 될 씨앗이 움터 있다.
예술가의 서재
“나는 항상 어둠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어둠 속에 홀로 있으면 두려움에 떨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어둠 속에서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모든 것을 위한 시간: 나의 투쟁 5』는 이제 막 어른이 된 크나우스고르의 청소년기의 욕망과 고통을 담았다.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며 중독성이 강하다. 그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고, 자신의 삶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이 책에는 중산층의 가치보다 자유와 여행, 인생의 뜨거운 열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위대한 소설가가 되기를 갈망했던 크나우스고르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크나우스고르는 자신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과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세세한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이제 막 어른이 된 칼 오베는 수많은 문제에 시달린다. 독재자이자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와의 대립, 성적 갈망, 권태와 분노, 고통스러운 자의식 등 겉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모든 문제를 낱낱이 고백한다. 인간이 가진 의식과 감정의 가장 깊은 곳을 파헤쳐 원초적이고도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을 묘사한다.
크나우스고르의 작품은 어떠한 가식이나 꾸밈이 없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애정하는 것은 그의 삶이 흥미롭고 다사다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모든 일은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고 명료하게 펼쳐진다. 그는 독자들에게 어떠한 동정도 요구하지 않는다. 문학적 가식을 벗어던진 크나우스고르는 자신의 혼란과 욕망,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낸 독특한 작가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모든 것을 위한 시간: 나의 투쟁 5
세상을 바꾸는 진짜 상식의 힘!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한 김진애식 정책 제안
김진애, 세상을 기운 나게 하는 자유인이자 정치인
도시전문가로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고 열정적 행보를 이어온 저자 김진애. ‘김진애너지’와 ‘김진애어컨’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그는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기운을 불어 넣는 자유인이자 정치인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코너 끝에 그가 힘차게 외치던 “안녕~”은 기분 좋게 아침을 열어주었고, tvN 「알쓸신잡」에서의 씩씩한 잡학박사 모습은 사람들의 꿈을 자극했다. 제21대 국회 법사위에서 시민들의 언어로 그들의 눈높이에서 한 사이다 발언들은 유명하다. “검찰은 왜 국회 보고 안 합니까?” “판사가 뭐기에 비위 판사도 10년 임기를 보장해줍니까?” “국회가 흥신소, 지라시, 싼티 난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당당하고 솔직하고 유쾌하게 핵심을 콕 짚는 모습은 그의 캐릭터다. 도시, 주택, 건축이 전문 분야인 그가 ‘국토위’가 아니라 ‘법사위’로 간 것은 뜻밖이었지만 그가 걸어온 삶답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미션을 찾아 공부하고, 현장의 경험을 중요시하고, 제약 속에서도 부단히 무엇을 해내려 애쓰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래서 스스로를 ‘훈련된 실사구시자’라고 말한다.
실사구시의 상식,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힘
『김진애 상식의 힘』은 저자가 삶에 체화시키고자 노력했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이 시대의 ‘상식’으로 새롭게 환기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 나아갈 목표,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긍정적 자세로 고민하고 성찰하며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명료하게 정리한, 이른바 더 좋은 사회를 위한 김진애식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옳음을 추구한다’는 실사구시의 뜻을 저자는 구체적인 행위와 실천을 강조하여 ‘현실 속에서 바로잡음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재해석한다. 현실의 문제와 그 해결에 방점을 둠으로써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포용은 나의 태도이고, 균형은 나의 지향이며, 실천 가능한 방식을 모색하는 것은 나의 성향이다.” 저자는 그동안 현실 정치에 두 발을 담그고 시대 문제와 씨름해왔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다진 생각을 세상과 공유하려는 노력이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끊임없이 바로잡음을 추구
이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저자가 제21대 국회에서 숨 가쁘게 일했던 지난 일 년과 현실 정치권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어왔던 지난 십여 년 동안의 활동을 유쾌하게 스케치한다. 제2부는 이 시대의 과제로 정한 여섯 가지 주제, 즉 양극화, 공정, 신계급사회, 부동산 생태계, ㅂ자 돌림병, 갈등과 혐오에 대해 진단한다. 제3부는 실사구시 리더십의 근본적 역할을 기대하며 일곱 가지 미래 가치를 제시한다. 즉 리더가 아닌 리더십의 가치, 노동의 가치를 더해주는 놀이의 가치, ‘늘공’(늘 공무원)과 ‘늘정’(늘 정치인)에서 벗어난 책임 있는 행정의 가치, 사회 돌봄의 가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의 가치, 선진국 시민에게 걸맞은 시빅(civic) 리더십의 가치, 기술혁명이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시대에 요구되는 뉴테크 리더십의 가치다. 다시 말하면, 제2부는 ‘실사’(實事)의 시각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본질적으로 우리 ‘현실’을 직면하고자 했고, 제3부는 ‘구시’(求是)의 시각에서 ‘바로잡음’의 지향과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양자는 언제나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받기에 실사를 통해 구시하고 구시하는 태도로 실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진애 상식의 힘
촌철살인의 풍자 캐리커처 120점을 선별한 대한민국 최초 캐리커처 모음집. YTN 소속의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는 첫 작품집『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防口다』를 통해 꽉 막힌 고구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제공해준다.
2018년 초에 있었던 YTN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시사 캐리커처 작가로 변신한 아트만두 는 정치검찰, 대형교회, 보수 언론 등 사회 각층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풍자해왔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정치적 이슈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시사 캐리커처 작가가 없었다. 이 책의 출간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사 캐리커처 모음집을 출간한 걸출한 작가의 탄생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트만두의 목표는 방구다
"장부는 죽을 때에도 마음이 강철과 같고
의사는 위험에 처해도 기개가 구름과 같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은 ‘안중근이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저자 전우용은 우리 시대의 역사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 현안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역사학자다. 그는 한국인들의 의식에 담긴 ‘근대적 개념어’에 관해 연구하면서 이를 활용해 시대를 뛰어넘는 선구적 사상을 정립한 사람이 바로 안중근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책에서 그는 안중근이 동양평화론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기반을 마련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했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제1부는 안중근의 삶에서 신화를 모두 걷어내고 그의 일생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제2부에서는 안중근의 사상을 분석하고 그가 사형 직전에 저술한 동양평화론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제3부는 안중근의 의거 직후 벌어진 사건들과 그에 대한 후대의 평가를 보여주며 안중근의 사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시사한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
『오디오의 유산』은 저자 김영섭이 궁극의 소리를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일념과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오디오의 골짜기들을 헤매고 다닌 오디오 편력기다. 오디오에 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실전 구사(驅使) 경험 및 체험을 바탕으로 19, 20세기에 걸쳐 인류가 이룩해놓은 아날로그 음악재생 기기로서 오디오 시스템의 전반적인 역사를 광범위하게 조망한다.
오디오를 구성하는 각 시스템(스피커/앰플리파이어/턴테이블/레코드플레이어/암/카트리지/케이블 등)의 대표적인 기종과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특징과 탄생 계기, 발전사, 오디오 엔지니어들의 재미있는 일화 등을 종횡으로 엮어낸 방대한 오디오 문화사적 저술이다. 특히 최상의 소리를 구현해내기 위해 저자가 50여 년에 걸쳐 노력을 기울인 ‘구사법’이 소개되어 있고,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다양한 오디오 사진들이 대거 수록되어 시각 자료와 정보가 풍부하다. 말로만 듣거나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전설적인 명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디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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