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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강요된 그릇 속에 나 자신을 집어넣지는 않겠습니다.” 이영희 교수(전 한양대 교수)
제가 단재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저는 상은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더욱이 선정해주신 단재상 운영위원들께 “감사하다”라는 말도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할 일은 별로 없고 제 나이 육십보다 칠십에 가까운 이즈음에 가진 상이 없어 남에게 주진 못하지만 상을 어찌 받느냐 사양했습니다. 상이라는 것에 대해 저는 어떤 소신이 있습니다. 6ㆍ25 당시 저는 최전방 전투부대에서 지리산 토벌대의 연락장교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철저히 부패한 군대와 군의 작태를 보았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빽 없는 불쌍한 사람을 참으로 많이 보았습니다. 그때 난 이 사회에서 상을 받는 삶은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 사회, 이 체제에서 상을 받는 것은 체제동조라 생각했습니다. 이돈명, 김진균 선생이 아까 70년대 이 사회가 어려웠을 때 다소나마 이 나라 지식인, 청년대학생들을 깨우치는 데 일조했다는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8억인과의 대화』를 말씀하셨는데 당시 이를 인정하는 상이 있었다면 상을 고사할 까닭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났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이제 나온 『새는 ‘좌ㆍ우’의 날개로 난다』는 그 당시 책보다는 별 의미가 없는 형식입니다. 그 책을 가지고 단재상을 수상했다기에 받을 처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재상의 발상인 단재 선생의 삶을 돌이켜보면 감히 그 이름으로 상을 받는 게 가당치도 않습니다. 단재 그 어른께서는 혁명가이자 애국지사였고 교육가이자 사학가였고, 사상가였습니다. 이 자리에 훌륭한 사람이 많으나 단재 선생은 적어도 이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어떤 다른 한 사람보다 그 어떤 능력보다, 그 분야에만 전념한 어떤 분보다 훌륭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 업적의 이름을 딴 상의 수상자라는 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저 시대, 상황이 다르고 분량 형식 등이 조금씩 다른데 난 70년대 이후 20년에 걸친 이 사회상황 속에서 단재 선생의 정신이랄까 사는 자세를 이어받은 게 있습니다. 그 지식, 정열, 사상, 필봉, 행동 등은 감히 무슨 말로써 비교하는 것조차 부당한 일이나 살아오신 정신과 자세 같은 것에서 지극히 공감되는 것, 숙연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이 중국에서 느지막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김규식 선생이 가르친 기록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내 어떤 민족해방을 목적으로 그 수단으로 배우는 것이지 이걸 가지고 내 어떤 이익을 얻는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 ‘Labour’를 김규식 선생이 정확히 발음해주면 발음이 그렇다 안 그렇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끝내 ‘라보르’라 발음했습니다. 지식을 입신영달이나 출세목적으로 사용하는 기회주의를 볼 때 단재 선생의 그 고집의 학문자세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단재 선생은 강요되는 권위 그것이 체제이든 정권이든 역사이든 그 권위를 철저히 거부한다기보다 그 먼저 도덕적 정사, 선악을 구분하려 했습니다. 강요된 그릇 속에 자신을 집어넣어 자신을 잊어버리게 되는 삶을 거부함으로써 자유로운 삶, 자유로운 학문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단재 선생의 그런 고집을 배움으로써 오늘날 이 사회 이 민족에게 봉사하고자 합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 세 분께 경의와 사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