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인 에드몽 자베스의 대표작이다. 자베스는 사르트르, 카뮈, 레비스트로스와 함께 프랑스 4대 작가로 손꼽히며, 파울 첼란 및 프리모 레비와 더불어 대표적인 ‘아우슈비츠 이후의 작가’로 거론된다.
1912년 이집트에서 이탈리아 국적을 지니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에드몽 자베스는 1956년 제2차 중동전쟁 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집트에서 추방당하고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여 정착했다. “나는 내 땅이 아니었던 땅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내 땅이 아닌 다른 땅을 향해.” 이러한 추방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그의 삶과 작품에서 주요한 근간을 이룬다.
자베스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유대인 가정 출신으로, 프랑스 밖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던 두 철학자, 자크 데리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교류했다. 레비나스는 “진정한 시인은 거처가 없다”며 자베스를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