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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제4회 단재상 수상소감
자본주의와 공동체적 삶
민중에 기초하는 민족의 사회과학을 제창함
김진균(서울대 교수 · 사회학)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들과, 또한 제가 항상 용기와 희망을 얻어내고자 하는 분들이 오늘 여기에 오셔서 저를 격려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4회 단재상 수상자로 저를 지목하신 운영위원회 세 분 선생님은 아마도 저를 가까이서 지도·편달해주셨던 관계로 보아 선정에 무척 고심하셨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수상자를 선정하면서 ‘80년대의 진보적 학술운동’에 더 유의함으로써, 저를 통해 ‘진보적’ 학술운동‘이 이제 학계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정당한 위치를 자리잡아가는 사실을 공인하고자 했던 동기가 더 큰 것이었다고 여겨져 이를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민중에 기초하는 민족사회의 재구성을 위한 이론화전략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문헌을 보면, 단재선생의 시대가 마감하지 않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단재선생이 설정한 이 민족의 역사적 과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가 파악한 바, 역사적 주체로서의 민중, 그 민중을 곧 민족이라 하고 우리 민족 변혁의 힘을 거기서 찾고자 한 문제설정은 지금도 우리의 민족민주운동에 중요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민중의 민주적 민족역량을 신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향해 가는 기나긴 도정에 있어서,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성숙이 발현되는 민주화의 발전적 전망에 있어서, 중대한 역사적 국면을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적 학술운동 쪽에서는 일찍이 우리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인식을 위해서는 학문이 민족·민중 지향적이어야함을 밝혔습니다. 그것을 또한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민중에 기초하는 민족사회의 재구성’을 위한 이론화전략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러한 접근의 실마리를 간단히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한국사회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접근방법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자본주의사회임을 전제로 해서 자본의 운동방식을 파악하면서, 그것이 '분단'의 조건과 재생산 구조의 '종속성'에 의해서 규제받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모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본의 운동은 아시다시피 가치와 잉여가치 증식이며 이 운동에서 사람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합니다. 자본의 운동은 두 가지 기본적 작용을 진행시키는데, 다음과 같은 점들이 유의되어야 하겠습니다.
첫째는 대상의 상품화인데, 기본적으로는 노동을 철저히 상품화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대상을 이윤이 발생하는 것으로 그 성격을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극도로 이윤추구만을 위해서 대상을 철저히 상품화시킬 경우, 거기에는 애초에 범죄성과 폭력성이 내재하게 됩니다.
둘째는 첫째와 연관해서 축적을 위한 기본적 작용으로서 자본은 대상을 불균등화시키는데, 그 중에서 중요한 것 세 가지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남녀의 성별균등화는 남녀차별현상으로 나타납니다만, 이것은 자본주의 초기에 '현모양처' 가치관을 만들어 여성의 노동을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것으로 해서 임금지불에 차별을 두어 노동통제를 꾀했던 것에서 연유합니다. 그 사회에 가부장적 권위문화가 발전되어 있으면 성차별은 더 쉽게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둘째, 지역별 불균등화는 국제적 수준에서 선진독점자본주의 사회와 저발전사회 즉 (신)식민지국가와 제국주의국가간의 문제로 나타나는데, 선진독점자본주의는 항상 저발전국가의 희생과 종속에서만 존재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국내적 수준에서도 이 지역별 불균등화의 원칙이 작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 때문에 지역감정 이데올로기까지 만들어져 통제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불균등화가 계급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이미 고도의 자본주의발전에 의해서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구조적으로 대립된 관계로 형성되었습니다.
자본의 정치적 운동은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활동으로 전개되는 것이며,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품의 자유로운 유통을 정치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들, 즉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약에 있어서 형식적 평등을 전제하고 따라서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품들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협하거나, 다시 말하여 형식적 평등성이나 사유재산을 침범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가는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정치적 폭력도구를 사용해서라도 방어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동자에 대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합니다. 한편으로 형식적 평등성을 국가가 전제해야 되기 때문에 국가의 보편적 이익의 설정과 유지라는 필요성이 제기되며, 이것은 한편으로 자본의 지배에 대한 국가이데올로기의 정당화작업 즉 헤게모니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를 공동체원리에 의하여 유지 · 보존해야 하는 기능적 필요성을 감당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국가는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부르주아 의회정치체제에서 해결해가려고 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독점자본주의국가에 있어서 독점자본의 헤게모니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가 파시스트체제로 전환해갔었고, 현대 후진국으로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길을 찾았던 국가 중에서 재생산구조가 종속적으로 발전해서 독점자본으로 성장했찌만 헤게모니가 취약한 경우는 국가 자체도 종속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동시에 그 취약한 축적메카니즘을 위해 파시스트체제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점자본과 국가가 그 종속적 성격 때문에 노동 내지 국가 내부의 여타 부분의 힘에 대하여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는 융통성이 약하게 됩니다. 한국은 바로 이 점에 있어서 '분단구조'를 더욱 왜곡시키고 문제의 긴장도를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자본의 두 가지 운동을 검토하였습니다만 그 운동도 실제로는 사회라는 인간들의 공동체에서 진행되고, 공동체는 그 자체대로 사회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공동체적 연대원리가 구축되어야 할 근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성에 의해 출생해서 상당한 기간 동안 남이 보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사회의 독특한 공동체적 결합과 생활양식을 발전시켜야 하고, 각별히 인간주의적 가치가 중요시됩니다. 둘째로 공동체적 삶의 기초로서 사회적 분업은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강화합니다. 생산의 사회적 성격의 강화도 공동체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셋째로 노동력 재생산의 문제가 있습니다. 즉 노동력 가치와 노동력 사용가치의 상충적 성격을 규제하는 문제입니다. 어느 사회에 있어서나 역사적으로 공동체적 삶을 위한 정의(正義)나 공공선(共公善) 또는 공평성과 같은 가치를 발전시키게 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앞서 논의한 바 있습니다만, 국가의 보편적 이익의 가치관념을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는 바로 이 문제에 관한 것이 됩니다.
자본운동에 대한 공동체적 연대원리 확충
공동체를 구성하는 대다수 구성원, 달리 말하자면 외부 규정성과 독점자본의 규정성에서 모순을 담지하는 사람들, 즉 민중에게 민주적 권리를 보편적으로 확충해가는 데 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위해서는 이론화전략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이것을 민중론의 이론화전략이라고 말해보겠습니다.
민중론의 이론화는 첫째, 사회구성 내지 사회구조를 민중의 계급구성을 기초로 해서 파악하는 방법이 요청됩니다.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은 모두 민중을 기초로 해서 인식되고 그 성격이 파악되어야 한다는 전략방법입니다.
둘째, 각 계급 내지 계급내의 구성집단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이며 객관적으로 접근되어야 하고, 특히 민중의 핵심적 구성 계급인 노동자계급의 각 구성집단도 그 질적 구성의 변화에 따라 엄밀히 규명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접근방법은 추상수준의 합법칙성과 긴밀히 연관되어 진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이론화 전략은 제국주의세력과 매개 지배세력의 모든 기능작용과 지배역량도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민중을 기본으로 하는 사회의 재구성전략이 도출되리라고 여겨집니다. 즉 민중의 가장 기층적 계급을 기초로 해서, 자본의 운동원리와 공동체적 연대원리에 대한 인식론적 방법을 통해서 사회를 재구성해가는 이론화전략입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 우리의 역사적 과제인 민주 · 자주 · 통일에 대한 전략적 전망이 서리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한사회만의 재구성전략의 수준을 넘어 남북한 전체 민족사회의 재구성을 위한 이론화전략이 발전되어 나오리라고 봅니다.
우리의 역사에는 이미 식민지수탈의 가장 혹독한 대상이었던 민족민중에게 해방의 혜택을 돌려주지 못했던 뼈저린 경험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민중의 민주적 민족 역량이 조직적으로 발전해야만 남북교류나 심지어 통일까지도 빌미 삼아 민중의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려는 반민족 · 반자주 · 반민주세력의 책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단재 신채호선생님의 사상과 실천을 역사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