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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하인리히 2

저자 / 역자
고트프리트 켈러 지음 | 고규진 옮김
분야
문학/에세이
시리즈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출간일
2009/05/30
ISBN
9788935661053
가격
28,000
보도자료
1245031086_1812.hwp
“당신이 어디로 가더라도 나도 함께 따라갈 거야. 당신이 혼자 있다면 말이야. 당신은 아직 젊어, 하인리히. 게다가 당신 자신을 알지 못해. 하지만 그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믿어줘. 잘 알잖아, 우리가 지금 이 시간처럼 이렇게 함께 있는 한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갖고 있고 또 행복하다는 걸! 그 이상 뭘 바라겠어?” 나는 그녀의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완전하고 충만한 행복을 믿기에는 세상의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맛보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갈색 머리를 뒤로 젖혀 넘기면서 외쳤다. “나는 분명히 말했어. 나는 당신 것이라고. 당신이 원하는 방식이 뭐든 간에 그 모습대로 당신 것이 될 거야.” 그녀는 격렬하게 나를 양팔로 붙잡아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에 안고, 내 입술에 애정을 듬뿍 담은 키스를 하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이제 계약이 맺어진 거야. 하지만 당신의 경우에는 단지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당신은 어떤 의미에서건 자유롭고 또 자유로워야 하니까.” 우리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지속되었다. 그녀는 20년을 더 살았다. 나는 분발하여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으며, 힘이 닿는 대로 이런저런 일들을 완수해냈다. 무슨 일을 하든 그녀는 내 곁에 있었다. (․․․․․․) 그녀는 치명적인 소아 유행병이 창궐할 때 죽었다. 병든 아이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로 격리된 채 어쩔 줄 몰라하던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 자진해서 뛰어들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어렵지 않게 20년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고, 또 그 시간 동안 나의 위안과 기쁨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나는 그녀에게 내 청년시절을 기록한 책을 선물했고 그녀는 크게 기뻐했다. 그녀의 뜻에 따라 나는 그녀의 유품에서 이것을 가져왔으며, 다시 한 번 기억의 푸른 옛 오솔길을 걷기 위해 두 번째 부분을 여기에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