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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제2회 단재상 수상소감
“나의 경제학 연구의 성과는 역사 앞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면서 역사적 요구가 있는 곳에 참여한다는 원칙 위에 선 소산입니다.”
박현채(국민경제연구회ㆍ경제학자)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는 제국주의적 지배에 혼신의 힘으로 맞서는 민족적 저항의 역사입니다. 그 속에서 민족주의자로 자기를 관철시킨 단재 선생의 삶은 처절한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역사는 그와 같은 처절한 민족해방운동자로서의 삶을 단재 선생과 같은 경우로 기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록되지 않는 많은 것을 가지면서, 오늘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주저앉지 않는 앞선 자들의 처절한 삶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와 같은 역사적 상황에서 당위적인 역사적 삶에 충실하는 길은 ‘오늘 보상되지 않고 오늘 보상 받기 원하지 않는 삶’을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의 수상을 나 자신의 경제학 연구에 대한 업적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와 같은 연구결과를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상황의 진전에서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나의 경제학 연구에 있어서 성과는 역사 앞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면서 역사적 요구가 있는 곳에 참여한다는 원칙 위에 선 소산입니다. ‘민족경제론’이라 불리는 이론적 체계는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다양한 현상의 사회적 실천상의 요구에 따른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한 계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제기된 것입니다. 곧 민족경제론은 식민지 종속에서 비롯된 한국자본주의의 지난날의 식민지적 상황과 오늘에 있어서 반식민지적 상황을 한국민족주의의 역사적 과제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실천상의 요구 위에서 설명하고 그것에 답하기 위하 노력에서 제기되었습니다. 민족경제론은 민족적 생존권의 확보와 발전이라는 민족주의적 요구 위에 서서 국민경제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민족경제의 주체적 발전과 그것에 따른 외국자본 그리고 매판자본과의 상호관계를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기존의 경제이론을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현상의 민족 주체적 인식을 위한 보완적 수단을 덧붙이고자 한 것 이상의 것은 아닙니다.
나는 일찍이 『민족경제론』(한길사, 1978)의 서문에서 “섣부른 창조보다는 충실한 해설자로서의 자기”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현상의 다양성과 실천상의 여러 요구는 단순한 보완적 요구의 소박한 상태에서의 정체나 고정화를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상황, 지금껏 다루지 않았던 분야에서의 적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됩니다. 여기에 민족경제론적인 현상인식은 많은 분야에서 자기 시야를 확대하고 자기 완결적인 것으로 되려고 하는 자기 발전의 논리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민족경제론이 다루고 있는 주요 관련이론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①민족적 생활양식론, ②민족자본론, ③자립경제론, ④민족주의론, ⑤민중론, ⑥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경제계획론, ⑦사회구성체와 발전단계론 등입니다.
민족경제론이 나와의 관계에서 갖는 의미는 이와 같습니다. 오늘 민족경제론에 대해서는 찬반의 논의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사적 소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갖는 객관적 실재는 그것을 보다 엄밀히 평가하게 합니다. 그런 뜻에서 민족경제론은 사회적 역할에서 있는 그대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역사에 충실한 것으로 될 것입니다.
단재상을 받기에 족하다고 평가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과 이 상을 만든 한길사에 감사드리면서 역사적 소명에 충실하게 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