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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의 진화

저자 / 역자
도널드 시먼스 지음 | 김성한 옮김
분야
인문
시리즈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출간일
2007/01/15
ISBN
9788935659050
가격
25,000
보도자료
인간의 성性행동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성性행동, 태도, 남녀 사이의 전형적인 차이는 생래적으로 주어진 것
“이 세상 어디에서나 성매매의 구매자는 남성이며, 판매자는 여성이다.이와 같은 현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 세상이 남성 중심적이며,여성의 성이 상품화되어 있다는 것을 잘 반영한다.”
여성과 남성 그리고 진화심리학
맹자는 사단(四端)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는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물에 빠진 어린아이를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치겠느냐고 묻고 이것이 인지상정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감정의 유래를 물으면 거기에 대해 뭐라고 답해야 할까. 만약 기독교인이라면 그와 같은 감정의 유래를 신(神)에게서 찾을 것이고, 환경결정론자라면 환경에 기인한 효과라고 해석할 것이며,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한 감정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과거부터 학자들은 이와 같은 정서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이 미진했으므로 대다수 학자들은 그와 같은 정서 반응의 원인에 대해 막연히 추측만 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전학을 비롯한 현대 생물학의 성과를 토대로 이와 같은 추측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탄생했는데,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cychology)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타고난(innate) 심리적 특성을 해명하는 과학적 가설이다.
오늘날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단위는 대체로 개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유전자다. 진화심리학은 이와 같은 기본적 착상을 바탕으로 보통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이면서 전형적인 심리적 특성과 행동을 설명하려 한다. 진화심리학은 이 같은 특성 중에서도 특히 타고난 이타성과 성과 관련된 남녀의 특성 해명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섹슈얼리티의 진화』(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 1979)는 이 가운데 인간의 성 특성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고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도널드 시먼스, 인간의 성 특성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고찰을 집대성
시먼스(Donald Symons)은 캘리포니아 대학(샌타바버라)의 인류학과 교수다. 그는 인간 성(性) 특성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고 줄곧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 책에 대해서 “전문적인 사회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통합하고 있는, 인간의 성행동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에서 시먼스가 밝히려는 바는 일부 성행동, 태도, 그리고 감정에서 남녀간의 전형적인 차이가 생래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남녀 사이에는 전형적인 성 특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우리 인간의 진화사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성(兩性) 간에 행동 차이를 일으키는 타고난 특성은 주변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심리 발달의 초기에 남녀간의 두드러진 차이를 창출시킨다. 이러한 남녀간의 차이는 대부분 문화의 세례를 통해 이후 심리 발달 과정에서 확대된다. 이상과 같은 착상을 바탕으로 그는 저서 『섹슈얼리티의 진화』에서 남녀간의 성 특성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이성을 놓고 벌어지는 동성 간의 경쟁은 여성들보다 남성들 사이에서 훨씬 치열하게 일어난다. 둘째, 남성은 일부다처적인 성향이 있지만, 여성은 이러한 측면에서 비교적 유연성이 있다. 셋째, 배우자에 대한 성적 질투심은 남성이 더욱 강렬하다. 넷째, 육체적 특징, 특히 젊음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반해 남성의 성적 매력을 결정하는 데에서 육체적 특징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다. 다섯째, 여성과 비교해보았을 때, 남성들은 훨씬 많은 수의 성 파트너를 갖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여섯째, 성은 여성이 남성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호의로 간주되며, 그 반대는 아니다.
이와 같은 시먼스의 생각은 타고난 특성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견해로, 환경결정론자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시먼스는 진화론에 입각해서 볼 때, 인간은 모두 위에서 언급한 성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정신에 대한 백지(白紙) 이론은 지지할 수 없는 가설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남녀의 차이를 오직 환경만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역할 행동의 남녀 차이가 생물학적인 요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어린 시절에 받은 치우친 훈련에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시먼스는 이것이 잘못된 시각이라고 반박하면서, 진화론적인 주장에 근거해 인간 성 심리의 타고난 측면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남녀 사이의 주요한 성차의 진화 ― 남성의 성적인 독점욕과 질투심
인간 사회의 성문화를 살펴보면 비교적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성매매의 경우 성을 파는 쪽은 여성이고, 사는 쪽은 남성이다. 또한 남성이 누드로 나오는 잡지는 잘 팔리지 않지만 여성이 누드로 나오는 잡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그리고 여성의 누드집을 보면 거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체로 젊고 ‘글래머’다. 이런 모습이 세상 어디에서건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가운데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생물학적 성 특성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대체로 그들은 유전자 선택 이론에 바탕을 두고 모든 생물이 유전자의 보존과 후대 전달을 위해 분투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주장을 견지한다.
유전자 선택 이론을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남녀간에 어느 정도 행동의 차이가 생기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유전자의 후대 전달을 매개하는 성 행동양식이라는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은 행동에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한다는 면에서 보았을 때, 남성은 오직 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기보다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데, 이는 특히 동물사회에서 짝짓기 계절에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 사회에서는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않지만, 소규모의 원시 부족사회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따라서 원시사회에서 일어나는 살인 비율을 보면 다른 이유보다도 치정에 얽힌 살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뿐만 아니라 원시사회에 일어난 전쟁도 겉으로는 원한을 갚는다든지 정의실현을 앞세우지만 실은 여성 확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다수의 남성과 무작위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선택적으로 맺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 선택이론에 근거해 보았을 때,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성행동 전략을 구사하리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일처다부제의 희귀성은 남성의 경쟁심의 특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인류학적으로 보았을 때, 일부다처제와 일부일처제는 흔히 볼 수 있는 데 반해, 한 명의 여성이 다수의 남성을 거느리는 일처다부제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 또한 이성의 성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일처다부제의 경우 남성들끼리 여성의 성을 독점하기 위해 서로 알력이 상당하고, 이 때문에 일처다부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유전자 선택이론에 입각해 보았을 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생물로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최대한 퍼뜨리려면 일종의 희소자원이라 할 수 있는 암컷을 다수 확보하거나 독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섹슈얼리티의 진화』, 성性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논의의 이정표가 된 책
이 책은 출판된 지 2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에 따라 진화심리학에서 그 당시 이루어졌던 논의와 현재 진행되는 논의가 다소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섹슈얼리티의 진화』는 성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논의의 이정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는 책이며, 관련 분야의 다양한 논의를 심화시키는 데 이바지한 바가 크다. 이 책은 특히 국내의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 성 심리학, 그리고 여성학적 논의의 성숙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울러 최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특별법’ 등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