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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제1회 단재상 수상소감
“단재 선생의 학문적 자세와 사회적 실천을 참다운 학문 정립을 위한 바탕으로 삼겠다.”
김태영(경희대 교수ㆍ한국사)
단재 선생의 학문과 실천을 기리는 뜻에서 제정한 단재상을 받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겠지만, 저는 여기서 그 말씀을 보류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같은 명예와 영광을 제가 혼자서 차지하는 듯한 일이 되어서는 결코 사리에 맞지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단재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이 좋은 자리에 제가 동참하게 된 것을 무엇보다도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단재 선생은 우리 민족사의 가장 참담한 시기를 가장 훌륭하게 살다 가신 분입니다. 한 사람의 역사학자로서, 한 사람의 독립운동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독립운동 이론가로서 선생은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의 실천력을 발휘하신 분입니다. 아마도 한 인간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신 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뜻은 이어받아야 하며 우리가 더욱 실천적으로 빛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단재 선생이 사시던 현실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선생이 필생의 사업으로 심신을 다 바치던 현실적인 과업 자체의 성질은 아마도 거의 동질적인 것으로 아직도 우리들에게 남아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선생은 마침내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순국하셨는데, 그 독립운동은 크게 보아 근대민족운동의 일환이었으며, 그 민족운동은 아직도 민족문제조차 미해결인 채 우리들에게 현실로 육박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결코 잘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다. 현실이 그러하므로 그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일부분인 학문 자체도 결코 잘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다. 도대체 각 분야별 진정한 학문은 어떤 것인가, 혹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조차도 정립되어 있지 못한 사실이 우리 현실의 착잡함을 드러내어주는 현상의 하나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날 학문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용이한 일은 아닙니다. 학문을 학문답게 하는 데에는 많은 현실적 제약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재 선생의 현실은 오늘날 우리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게 그야말로 처절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선생은 자신의 전부를 불태워 학문을 하고 절대 불타협, 불굴의 자세로써 독립운동을 실천하였습니다. 우리가 선생의 그러한 자세를 바르게 이어받는다면 여기에 참다운 학문이 정립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며, 또한 근대적 민족운동의 참다운 사회적 실천도 제 자리에 정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단재상을 감히 받기에는 저의 역량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학문으로 말하더라도 저보다 뛰어난 석학들이 많이 계시며 지금 이 자리에도 여러 분이 임석해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이 영예의 상을 저에게 주시는 것은 앞으로 더욱 분발하라는 뜻인 줄로 압니다. 앞으로 공부를 더욱 잘하여 단재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펴는 일에 만에 하나라도 보답하고자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