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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풍경 2007-06-26
“모든 삶의 영역에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는 일은 스스로가 창조해나가는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입니다. 자기 인생의 행복한 주역이 되는 겁니다. 자유가 주는 선물입니다. 인문학은 그런 자유를 위한 풍성한 양식입니다.”


인문학은 좀더 낮게 우리의 일상적인 삶으로

오늘날 인문학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대중의 삶과 밀착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한 성찰적 지혜를 공급해주는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내면적 깊이를 갖지 못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전방위적 지식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자유인의 풍경』은 이런 우리 인문학의 현실적 고민의 해결을 모색하는 데서 나온 의미 있는 책이다. 그는 머리말에서 “끝까지 충실하게 크는 나무는 느리게 자란다”라는 소로의 말을 인용하며, 모든 것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오늘날 삶의 행복은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본질에 대한 생각을 키우는 데 있다고 본다. 빠르게 뛰어가는 일만 능사인 줄 알았다가 멈추어 서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며 어디로 가야할지 질문할 수 있을 때 인생을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오랜 문명의 자산과 인류의 지혜를 축적해온 인문학이라는 큰 그릇이 더욱 요구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강단의 인문학’은 이상의 날개만 펴왔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으로 낮아지고 스며들지 못했다.



무엇이 우리를 거침없이 자유롭게 하는가

그래서 이 책은 ‘인문학에세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에세이처럼 어렵지 않게 인문학이란 결국 이런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한 권의 책 속에, 한 편의 예술작품 속에 누구나 인문학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40편의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한 편 한 편의 글이 알차다. 결이 고운 비단처럼 부드럽게 읽히면서도 사유의 폭은 결코 얕지 않으며 느슨하지 않다. 또한 각 편에 하나씩 들어간 그림은 저자가 직접 솜씨를 발휘한 것으로 글과 함께 분위기를 내고 있다. 학창시절 일찍이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인식의 출발점으로 책의 세계에 빠져 지냈던 저자답게 글 곳곳에 소개되는 많은 책이야기는 덤으로 얻게 된다. 그런 폭넓은 독서에서 나오는 ‘서권기’(書卷氣)로 글맛을 돋우며, 가볍게 또는 깊게 사색과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는 무엇이 우리를 거침없이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지 문학작품과 연극 등을 읽으면서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상처와 좌절을 딛고 힘 있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 시와 영화, 그리고 그림 안에서 찾아보려 한다. 역사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생각과 자세는 어떤 것인지 철학과 신화의 세계에 머물러 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은 과연 누구인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식과 내용을 가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물어본다. 그런 과정에서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라도, 잘 새겨보면 의외로 흥미롭고 색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다채로운 모습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한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인문학은 우리의 정신과 내면을 충만케 하고 자유롭게 한다. 이 책이 ‘자유인의 풍경’을 지향하는 까닭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40편의 다양한 에세이들은 ‘자유로운 인간’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무엇으로도 사육당하지 않는 지성, 홀로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상, 그리고 끝까지 자유로운 영혼에서 새로운 시대는 마침내 태어난다”고 말하며, 그런 삶을 살고자 했던 인물들의 자취를 찾는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렇고, 『노트르담의 꼽추』의 종지기 콰지모도, 『왕의 남자』의 장생이 그렇다. 이렇게 예술작품 속 인물들을 그려내기도 하고 길가메시와 프로메테우스가 있는 신화 속으로 안내도 한다. 또한 니체, 마르크스, 루소, 몽테뉴 등 그들의 철학적 정신을 흠향하고, 양주동, 이중섭, 이병주 등의 우리 역사의 인물들의 삶도 살핀다. 쿠바 혁명의 엘 파토호와 체 게베라, 아랍 사막의 풍운아 아라비아의 로렌스도 찾는다. 이들은 모두 불의에 항거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자유인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삶을 추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삶이 지녔던 진정성과 본질에 대한 열망을 지금의 현실에 투영하여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 과연 그러한지, 우리가 찾아나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일깨우고 있다.
저자는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영화와 연극, 뮤지컬을 한 편 보더라도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깨달음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녹아 있다. 「무진의 시절을 잊은 사람들」이라는 글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테마로 우리가 살아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허무적 현실을 실감나게 되살려 놓는다. 또 「쥘부채 속에 담긴 눈물」에서는 이병주 문학의 핵심인 역사와 문학이 하나가 되어 휴머니즘으로 향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풀어낸다. 영화 「왕의 남자」를 분석한 「장생이 줄을 탄 까닭」에선 광대를 통해 권력에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의 아름다움과 자유에 대한 용기를 일깨운다. 영화 「줄리아로 산다는 것」에서는 용기를 갖고 자신의 삶의 주체로 설 것을 독려한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두 문화 속에서 성장한 저자의 식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들도 눈길을 끈다. 일본영화 「간장선생」에 대한 글에서는 간염에 걸린 현실을 하나의 시대적 상징으로 설정하고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의 현재 상황과 연결하고 있다. 또한「라쇼몬」을 해석한 「비오는 날 라쇼몬 아래」, 그리고 일본 지식인들의 역사인식을 다룬 「전후세대」 등에서는 일본 정신의 여러 측면에 대해 분석하면서, 우리가 일본 지식인들과 어떻게 합류하여 새로운 동북아시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성찰은 실로 급조되지 않는다.” 인문학은 우리 삶에 관한 근본적인 지식들을 담고 있는 것임에도 여전히 우리의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누구나 쉽게 인문학적 사유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자유인의 풍경』은 독자들에게 성찰과 성숙의 시간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김민웅은 195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61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20여 년 동안 미국에서 목회자, 언론인, 국제문제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미국의 대외정책과 한미 간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2004년 귀국해 EBS 국제시사방송을 진행했고, 현재 성공회대학에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분석하는 `세계체제론`을 가르치고 있으며,「프레시안」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밀실의 제국』, 『보이지 않는 식민지』,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 『패권시대의 논리』,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 『물 위에 던진 떡』등이 있다.
사회체계이론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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