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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권이론 2007-06-08
세계적인 법학자 로베르트 알렉시가 제시한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의 기본권 찾기!

“기본권 제한은 기본권적인 잠정적 지위를 제한하는 규범이다”


“기본권학이 정치학적 수사학이나 이리저리 요동치는 세계관적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더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분석적 차원에서의 작업이다.
법학의 분석적 차원에서는 첫째로 법학 이외의 어떠한 학문의 인식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의식,
둘째로 법학의 가장 확실한 인식에 속하는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탠다면
법의 개념적, 체계적 완성을 법학의 “본래적 과제”라고 부르면서 추구하는 데
만족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게 될 것이다.”


분석적 자유주의자 로베르트 알렉시의 주요 저작『기본권이론』
로베르트 알렉시(1945~ )는 현존하는 독일 법철학자로서 킬 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괴팅겐 대학교에서 법학과 철학 공부를 마쳤는데, 특히 철학은 ‘괴팅겐의 철학자’로 불리는 파치히로부터 사사했다. 알렉시는 스스로를 ‘분석적 자유주의자’로 소개하는데, 이는 분석주의적 방법론과 자유주의적 법철학이 그의 법학의 두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세계적인 법학자라는 명성을 가져다준 박사학위논문인 『법적 논증이론』에는 이러한 두 가지 중심 생각이 잘 드러나 있으며, 그의 교수자격논문인 『기본권이론』은 그의 중심생각을 기본권학에서 심화시켰다. 이 책은 이론적인 깊이가 심오하며 연구범위가 폭넓어 법학자뿐 아니라 인접 사회과학도에게도 유용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밖에 대표적인 저서로 법실증주의를 비판한 『법의 개념과 효력』이 있는데, 한국어로 출간된 것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알렉시는 분석주의와 자유주의를 자신의 중심생각으로 요약했지만 이것과 함께 그의 중심생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각의 틀은 ‘절차주의’다. 절차주의란 진리의 실체보다 진리에 도달하는 절차에 주목하는 견해다. 사실 분석주의는 절차주의를 학문적 방법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절차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에 참여한 사람들의 동의이고, 이러한 동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논거의 질, 즉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거의 힘에 따라 결정된다. 왜냐하면 그가 선택한 분석주의적 방법론은 논증의 구조를 명료하게 만듦으로써 무엇이 논증되어야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절차주의는 자유주의와도 결합한다. 흔히 자유주의라고 하면 개인이 공동체보다 앞선다는 이론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범이 충돌할 때 전자가 후자보다 우선한다는 주장을 일컬어서 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절차주의와 만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범이 충돌하는 문제를 논증의 문제로 전화시킨다. 개인의 자유든 공동체의 규범이든 설득력 있는 논거를 더 제시하는 이론을 우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절차주의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가 가지는 지위를 절대화하지 않은 채 그 지위를 논증부담에 관한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규칙과 원칙은 규범에 속하며, 서로 다른 것이다!
기본권은 반드시 기본권규범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기본권규범은 규범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규범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렉시가 출발점으로 삼은 모델은 ‘의미론적 모델’이다. 그에 따르면 규범은 규범문장의 의미가 된다. 규범문장이 표현하려는 의미가 규범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규범은 세 가지 당위양식으로 존재한다. 첫째 명령, 둘째 금지, 셋째 허용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당위로 종합된다.
또한 알렉시는 의미론적 규범개념과 효력이론적 규범개념을 구분한다. 규범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그 안에 반드시 그 규범이 효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포함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어야 여러 가지 효력이론과 규범개념이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의미론적 규범개념에 따라 규범을 규범문장의 의미로 이해하면 기본권규범은 ‘기본권규범문장’의 의미가 된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규범문장은 우리가 흔히 ‘기본권규정’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 기본권규범인지 하는 점이다. 그것은 ‘형식적’ 기준에 따라서 확인된다. 그러한 기준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헌법전에 기본권이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 속하는 규범들은 기본권규범이다. 그리고 권리라고 불리면서 헌법소원이 인정된 규범이 기본권규범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설명한 ‘기본권규범의 구조’에서 그 핵심은 규칙(Regel)과 원칙(Prinzip)의 구분이다. 규칙과 원칙은 규범에 속한다. 규범이 규칙과 원칙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인 것이다. 규범을 규칙과 원익으로 구분하려는 시도에 대애서 규범의 다양성 때문에, 또는 그것이 정도에 따른 차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견해를 알렉시는 단호히 거부하면서 규칙과 원칙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원칙은 ‘최적화명령’, 즉 “어떤 것을 법적 가능성과 사실적 가능성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능한 한 높은 정도로 실현하도록 명령하는 규범”이다. 반면 규칙은 “사실적 가능성과 법적 가능성의 테두리 안에서 확정된 것을 포함”하는 규범이다.
이렇게 질적으로 구분되는 규칙과 원칙은 그것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에, 즉 서로 모순되는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에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규칙이 서로 모순되는 결론을 도출하는 ‘규칙갈등’의 경우에 하나의 규칙을 ‘무효’로 만들거나 하나의 규칙에 ‘예외조항’을 부가해 그러한 갈등을 해결한다.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같은 기본권 문제에 대한 분석적 명료함
분석주의와 자유주의를 기본권학에서 심화시키려 한 알렉시의 목표는 객관적 규범에 관한 규칙과 주관적 지위에 관한 구조이론으로 구체화된다. 객관적 규범으로서 기본권에 관한 논증을 규칙에 기초함으로써 정치적 함의를 대단히 많이 담고 있는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같은 기본권의 문제에 대해서 분석적 명료성을 잃지 않은 채 절차주의적 자유주의의 의미를 동시에 부여한다. 분석적 방법론의 장점은 절차주의와 만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진리는 절차참여자의 동의에 따라 결정되고, 이러한 동의는 논거의 질, 즉 논거의 설득력이 결정하기 때문에 무엇을 논증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분석적 방법론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절차주의와 연계되지 못한 채 그 자체의 의미를 주장하는 분석적 방법론은 법실증주의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절차주의에 기초한 분석적 방법론은 오히려 자연법론이 흔히 저지르는 ‘가치의 독재’ 같은 실체주의적 오류를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별히 이러한 절차주의적 대안의 가능성은 기본권에 관한 여러 측면의 새로운 구성에서 분명하게 가능성을 보여준다. 첫째로, 넓은 구성요건이론과 제한의 외재이론에 기초해 기본권을 원칙으로 이해함으로써 기본권의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다른 원칙과의 형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구성함으로써 기본권의 일반적인 구성요건과 제한의 설정에서부터 절차주의적 견해에서 출발한다. 둘째로, 평등의 문제를 가치에 근거한 평가의 문제로 보면서도 헌법적 평등원칙 자체는 어떤 가치도 명령하지 않는다고 전제함으로써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각각에 찬성하는 논증게임의 문제로 풀어가는 이해는 철저하게 절차주의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셋째로, 사실적 자유를 본질로 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문제에서도 이 기본권을 원칙규범으로 이해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의 확정을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서로 충돌하는 다른 원칙과 형량하는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고 구성함으로써 마찬가지로 절차주의적 이해를 일관되게 관철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주의적 이해에 기초하면서도 자유주의적 이론은 여전히 유지된다. 기본권의 넓은 구성요건이론과 제한의 외재이론에 기초하여 기본권을 원칙으로 이해하는 이론은 개인의 자유를 공동체의 가치보다 항상 절대적으로 우선시키지는 않지만 적어도 잠정적으로 사실적 평등보다 법적 평등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견해도 역시 자유주의적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의 본질을 사실적 자유로 이해함으로써 자유를 보강하는 권리로 정당화하는 견해도 자유주의적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가 우선되는 한국사회
한국사회는 통상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가 우선한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 공동체주의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은 공동체주의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자유주의를 정당화라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공동체주의적 현실을 미래까지도 규율하는 문화와 전통으로 이해하는 이론도 있지만 그러한 문화와 전통의 한계는 자유주의 이상에 근거를 제시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절차주의적 이해 안에서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는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절차주의는 공동체의 규범과 개인의 권리를 우열관계를 구체적인 사안에서 벌어지는 논증게임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잠정적 우월성을 본질로 하는 논증부담에 관한 규칙은 절차주의 안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그렇다면 절차주의에 따라 순화된 자유주의의 의미는 공동체주의 전통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의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은 공동체의 문화와 전통이 중시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경우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것을 정당화해야 하는 논증의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건축, 보이지 않는 생각
사회체계이론 2(표지그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