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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지상의 인간 1,2 2007-03-21
“이 신화가 비극적인 이유는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에게 고뇌를 안겨주는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신화가 된 인간, 카뮈
알베르 카뮈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고, 또한 희곡작가이자 연출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으며,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부조리’는 그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부조리’라는 단어는 카뮈 자신과 인간을 규정하는 말처럼 쓰였다. 특히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다. 특유의 미문으로 씌어진 에세이들과 매력적인 외모, 그리고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것 등이 그러한 인상을 더욱 굳혔다. 그러나 이처럼 신화적인 이미지로 채색된 그는 평생 동안 내적 모순과 자기 분열에 시달렸다. 『카뮈, 지상의 인간 1·2』는 방대한 자료와 증언들을 씨줄로 삼고 카뮈의 글들을 날줄로 삼아, 평생 동안 시대와 내면의 갈등에 맞선 카뮈의 모습을 온전히 재구성하고 있다.


아웃사이더로 남은 이방인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카뮈가 갓난아이일 때 그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전사했다. 문맹인데다 귀가 어둡고 말수도 적은 어머니는 가정부로 일하며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축구와 수영을 좋아하며 전형적인 ‘지중해인’으로 살던 카뮈의 삶은 폐결핵 때문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죽음에 대한 예감과 장 그르니에와의 만남은 어린 카뮈를 문학으로 이끌었다.

작가는 그 책에서 카뮈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어머니, 가난, 하늘 아래 감미로운 밤”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그 책은 해방을 가져왔다. 카뮈는 어느 날 밤 그 책을 읽고 계시에 눈을 떴다. 그는 책이 도피와 기분전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들은 “나의 완고한 침묵, 이 모호하고도 독재적인 고통, 나를 에워싼 유일한 세계, 내 가족의 고결성, 그들의 비참, 그리고 나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창조의 세계”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었다.(1권 132쪽)

젊은 알베르 카뮈는 처음에 『이방인』이라는 짧은 소설 한 편으로 프랑스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었으며, 이후 『페스트』로 훨씬 큰 명성과 국제적 주목을 얻었다. 레지스탕스 출신이라는 후광까지 입은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전후 얼마 동안 그가 편집장을 맡은 신문 『콩바』(Combat, 투쟁)는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도덕적 지침이었다. 오랫동안 친구였으나 나중에 결별하게 되는 장 폴 사르트르는 그 당시의 카뮈에 대해 “인간과 행동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는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작가로서,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카뮈는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불의도 지나치지 않았고, 반파시스트주의자, 스탈린주의의 희생자, 젊은 급진주의자, 양심적 병역 기피자들의 절실한 친구였다. 『타임스』의 한 기자는 “그의 목소리는 전후 세계의 혼란 속에서 균형 잡히고 온건한 인도주의를 들고 나타난 소수의 문학적 목소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카뮈는 현실의 폭력과 허위에 맞닥뜨릴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지 않고 지상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인간의 존엄과 반항을 추구했던 것이다.
“왼손에 인권 선언문, 오른손에 억압을 위한 몽둥이를 들고 문명의 교사인 체하는 일이 가능한가?”(2권 329쪽, 『메사주』 1954년 5월호에서)
그러나 알베르 카뮈의 내면은 밖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랐다. 프랑스의 변방인 알제리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자란 그는 파리의 귀족적인 문단에 동화될 수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식민지 출신의 이방인이었으나, 알제리로 이주한 프랑스인의 후예인 그는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치에 대한 저항 운동을 용인했다는 건 사실이야. 그건 내가 프랑스인이고 조국이 점령됐기 때문이었지. 나는 알제리 저항 운동도 용인해야 하지만, 난 프랑스인이거든…….”(2권 490쪽)
젊은 시절,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 입당하여 활동했으나 공산당의 도그마를 비판한 끝에 제명당한 적이 있던 카뮈는, 동시대의 지식인들에게서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의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을 찬양하고 있을 때 카뮈는 홀로 공산당을 비판했고, 모든 진보주의자들이 카뮈의 고향인 알제리의 독립을 외치고 있을 때 그는 오히려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알제리 출신인 카뮈가 알제리의 독립을 반대했다는 사실은 그의 혼란스러운 인간관과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은 그의 문학과 삶을 정치적인 면에서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공동체를 추구한 카뮈의 아나키즘적 입장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폭력에 대한 반대와 인간의 위엄에 대한 신념이라는 큰 틀 안에서 유효하다.
시대와 맞지 않는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야기된 논쟁과 알제리 전쟁 때문에 겪은 개인적인 고뇌, 가족과 그 자신의 질병 등은 집필 중단으로 나타났고, 이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가난과 겸양 속에서 자라나고 언제나 문학 살롱과 훈장에 거리를 두었던 카뮈는 “사람들이 내 본모습을 알기만 했다면······”이라고 한탄하곤 했다.
오랜 집필 장애 끝에 『최초의 인간』이라는 자전적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그는 의욕적으로 집필에 매달렸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돌파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뮈는 1960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사르트르는 카뮈의 죽음을 기리며 1960년 1월 7일자 『프랑스 옵세르바퇴르』에 쓴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역사’에 반하여 금세기를 대표했으며, 도덕주의자의 긴 계보를 잇는 현대판 상속자였다. 그의 작업은 아마도 프랑스 문학계에서 가장 독창적일 만한 내용일 것이다. 엄격하고 순수하며 준엄한 동시에 관능적인 그의 완강한 인문주의는 이 시대의 거대하고 기형적인 사건들과 맞서 승패가 불확실한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역으로, 거부라는 예기치 못한 태도를 통해서 그는 우리 시대의 심장부에서 마키아벨리즘에 반(反)하고 리얼리즘이라는 황금 송아지에 맞서 도덕적 행동의 현존을 재확인시킨 셈이다.”


지상에 살기 위하여
카뮈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단어는 ‘자살’ ‘부조리’ ‘반항’ ‘자유’ ‘지중해’ 등이다. 특히 부조리와 반항은 카뮈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존재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품어 부조리가 생겨났고,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 태어났다. 카뮈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부조리한 세계와 인간 조건에 대한 반항의 한 부분이었다.
『카뮈, 지상의 인간 1·2』에서 지은이 허버트 R. 로트먼은 대부분의 평전이 따르는 일대기적 서술을 지양하고 당시의 시대상과 알제리 사태 등의 역사적 사건들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카뮈의 내면과 삶의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철저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지은이는 카뮈가 생전에 교류했던 인물 대부분을 수소문해 인터뷰를 한 후 그들에게 남아 있는 카뮈의 글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조각을 맞추어 모자이크화를 만들듯 카뮈의 편린들을 모아 그의 삶을 재현해냈다. 지은이는 위대한 작가의 존경할 만한 모습 외에도 그의 인간적인 면과 부정적인 진실까지도 들춰내고 있다. 그 결과 파악된 카뮈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물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탁월하고 고결하면서도, 질투가 심하며 타인들의 인정을 갈구하는 등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다중적인 인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상파괴적인 『카뮈, 지상의 인간 1·2』는 카뮈에 대한 독자들의 환상을 깨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채롭고 복잡한 존재였던 카뮈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관념적’으로 이해해왔던 인간의 상을 부수고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카뮈에 관한 수많은 평전 가운데 결정판으로 불리는 『카뮈, 지상의 인간 1·2』는 신화로 채색된 채 현실로부터 멀어진 카뮈의 모습을 온전히 카뮈 자신의 것으로 되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허버트 R. 로트먼(Herbert R. Lottman)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것을 계기로 처음 프랑스 땅을 밟았다. 그 당시 파리의 플로르 카페에서 알베르 카뮈를 만나게 되면서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프랑스에 살면서 『뉴욕 타임스』『헤럴드 트리뷴』『하퍼스』 등 미국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으며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국제 특파원으로도 일했다. 1996년,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예술문학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뉴욕의 알베르 카뮈』『레프트 뱅크』『파리 함락』 외에 『로트실트의 귀환』『플로베르』 등이 있다.

옮긴이 한기찬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시인으로 등단한 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길아트에서 펴낸 『고갱, 타히티의 관능 1·2』(데이비드 스위트먼), 『채플린』(데이비드 로빈슨) 외에 『반지의 제왕』(J. R. R. 톨킨),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뉴욕 삼부작』(폴 오스터), 『지식의 지배』(레스터 C. 서로우) 등이 있다.



섹슈얼리티의 진화
카뮈, 지상의 인간 2권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