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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시작가열전 (생각하는사람)
송재소와 함께 읽는 우리 옛시
송재소 지음
2011-06-30 | 한길사 刊
46판 | 양장 | 520 쪽 | 19,000 원
978-89-356-6230-2 | 03810
 
한문학 분야의 중견 연구자로 알려진 송재소 교수가 펴낸 『한국한시작가열전-송재소와 함께 읽는 우리 옛시』는 시인의 생애를 중심으로 풀어쓴 한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작가들의 개략적인 생애와 함께...
 
 
한문학 분야의 중견 연구자로 알려진 송재소 교수가 펴낸 『한국한시작가열전-송재소와 함께 읽는 우리 옛시』는 시인의 생애를 중심으로 풀어쓴 한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작가들의 개략적인 생애와 함께 그들의 대표적인 시를 새롭게 분석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시들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작품을 분석하며 검증해보기도 한다. 또한 후대인이 자주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문학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생각하는 시들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한시작가열전』은 한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옛 시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송재소 교수는 최치원부터 신채호에 이르는 26명의 한시작가를 뽑았다. 정지상, 이규보, 김시습과 같은 천재시인들을 비롯해 정몽주, 이황, 이이, 조식과 같은 유학자, 이숙원, 허난설헌, 이매창, 삼의당 김씨와 같은 여류시인, 중인 신분의 설움을 시로 풀어낸 이언적, 박제가 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지만 우리가 접해온 그들의 삶은 온갖 한자와 주해가 곁들어진 어려운 이야기로 전해질 뿐이다. 『한국한시작가열전』은 이들의 삶을 시를 통해 담백하고 간결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신만의 뜻과 말을 만들어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규보는 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했다. 정몽주는 무너져가는 고려를 부흥하기 위해 평생을 번민하며 웅대한 꿈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목은(牧隱, 이색)의 문(文)과, 도은(陶隱, 이숭인)의 시는 우리 동방의 으뜸”(본문 81쪽)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이숭인은 혼란한 고려 말의 상황에서 청정한 세계를 꿈꾸었다

조선 초 사림파 종장(宗匠)이었던 김종직은 한명회를 찬양하는 「압구정」을 쓴 일로 오명을 얻는다. 조선 최고의 유학자 중 하나인 이율곡은 근엄했을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서정적인 시어로 자신의 높은 도학적 경지를 드러냈다. 매월당 김시습은 평생을 시름 속에서 방랑하며 수천 편의 시를 남겼고 황진이의 무덤에 술잔을 올린 임제는 조정 대신들의 비난을 받으며 순탄치 않은 일생을 살았다. 허균은 장옥랑이라는 기녀에게 운우지정을 나누는 내용의 시를 선물할 정도로 자유분방했고 부안의 유명한 시기(詩妓)였던 이매창은 허균과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며 수많은 시를 남겼다. 역관으로 일본에 가서 500수의 시를 써주고, 일본인들이 그를 시험하기 위해 자신이 쓴 500수의 시를 다시 써달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실력을 발휘해 일본인들을 감복시킨 천재시인 이언진은 27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양반가의 서녀로 태어나 남편의 소실이 되어야 했던 여류시인 이숙원은 자신이 쓴 시로 이웃의 누명을 풀어준 것이 빌미가 되어 남편에게 소박을 맞았다.

세숫대야 거울삼아 얼굴을 씻고
물을 기름 삼아 머리를 빗는다오

이내 몸이 직녀가 아닐진대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되오리까
● 이숙원의 「이웃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본문 252~254쪽)

이밖에도 핍박받는 백성들의 삶을 생생하고 절절하게 그려낸 정약용, 사대부가의 현명한 여장부로 남편을 이끈 여류시인 삼의당 김씨, 절명시를 쓰고 목숨을 끊은 황현,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뇌했던 신채호의 이야기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독서를 방해하는 각주를 배제하고 송재소 교수 특유의 간결하고 빠른 문체로 정리된 스물여섯 시인들의 삶은 한여름 밤의 빗소리처럼 다채로운 음색으로 독자의 흥미를 이끌 것이다.

너의 눈은 해가 되어/ 여기저기 비치우고지고/ 님의 나라 밝아지게
너의 피는 꽃이 되어/ 여기저기 피고지고/ 님 나라 고와지게
너의 숨은 바람 되어/ 여기저기 불고지고/ 님 나라 깨끗하게
너의 말은 불이 되어/ 여기저기 타고지고/ 님 나라 더워지게
살이 썩어 흙이 되고/ 뼈는 굳어 돌 되어라/ 님 나라에 보태지게
● 신채호의 「너의 것」(본문 495쪽)